프러포즈를 하지 않고 결혼 준비를 한다는 건 참으로 찜찜한 일이다.
해결하지 못한 숙제 같은 걸 가슴 한 편에 매달고 하루하루를 마주하는 기분이랄까. 응당 해야 할 것으로 ‘너'도 생각하고, ‘나'도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데. 속절없이 시간만 지나고 있다. 내가 괴로움에 시달렸던 이유다. 이제 결혼도 코 앞인데 결국엔 프러포즈도 하지 않고 결혼식을 올린 비운의 커플이 되는 악몽을 꾼다. 혹시라도 누군가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는 어떻게 받았어?’라고 묻는다면, 조용히 다가가 발이라도 밟아 줘야 하나.
“아니 나는 근데. 진짜 이해가 안 되는 게 이미 결혼하기로 한 거잖아. 그래서 결혼 준비를 같이 하는 거잖아. 근데, 내가 또 프러포즈를 해야 되는 거야? 프러포즈의 정의가 결혼을 하자는 제안 같은 거잖아. 근데 그런 제안은 이미 했는데? 했으니까 같이 결혼 준비를 하는 거고."
친구들을 붙잡고 이렇게 하소연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음… 니말이 맞는데. 니가 왜 연애를 잘못했었는지 알겠다.”
내 말을 듣던 J가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담배 연기 속에서 도사처럼 그가 말을 이었다.
“이거 뭐 사실 프러포즈는 작은 이벤트 같은 거잖아. 그런 게 암묵적인 약속 같은 거고.”
“아 뭐!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니가 싫으면 할 수 없는 거고.”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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