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 김해 - 바쁠수록 여유있게(?)

by 베루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이자 성화봉송 11일차. 학교 다닐 때 평야가 있는 곳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는 곳, 가야왕도 김해에서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삼성의 일본 손님들이 주자로 대거 뛰는 날이었다. 일본의 주요 통신사 임원들과 IT 기자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다. 중요한 손님들을 잘 챙겨야 한다고 해서, 우리 주자 운영팀도 주자 집결지 상주 인원과 봉송로 응원 인원으로 나뉘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봉송로 응원 모습


사실 외국인 손님들이 오면 앞서 일지에서 언급한 바 있듯 주자 운영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하다. 외국인 손님들을 챙기는 파트가 따라 붙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흘 넘게 주자 챙기는 일을 하다보니 이제 너무나도 몸에 익어서 그다지 부담도 없다. 그래도 오늘은 중요한 손님이라고 하도 얘기들을 하니 간단한 일본어 인사말을 준비하고, 한 번 볼 것을 두 번 보며 챙겼다.


같이 주자 집결지 담당이던 동료 스탭이 내게 별로 부담 안 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했다. 중요한 손님이든 일반 소비자든 내겐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즐기다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임원이라고 더 극진히 모시고, 어린 학생이라고 대강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나는 웬만한 회사 일에는 긴장을 안 한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이전 직장에 신입으로 입사를 해 얼마 안 되어 한 (무료) 제품의 론치 행사를 주도한 적이 있었다. 오후 1시 30분부터 등록, 2시부터 세션 시작이었는데 오전 11시 30분에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점심을 먹으러 나갔고 당시 내 매니저께서는 깜짝 놀라며 긴장도 안되냐고 하셨었다. 모든게 잘 준비되어 있는데 왜 긴장을 해야 하는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후후~


어제 근엄한 표정으로 입국하셨다던 분들이 오늘은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 (ㅋㅋ)


일과 별개의 이유로 오늘 조금 반성을 했다. 3~4년전 일본어를 한창 재밌게 배우고 아주 낮은 급수긴 하지만 시험도 봤는데도 오늘 한 마디도 생각이 안나는거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구몬 일본어가 유행이라던데 구몬 신청 해야 하나. 사실 도쿄 올림픽 대비한답시고 캐리어에 일본어로 된 만화 한 권과 수필 한 권을 챙겨오긴 했는데 꺼내보지도 않았다. 내일부터 시작이야!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와 똑같은 소리다.)


오늘 삼성 주자들 중 일본인 주자들 외에는 특별한 한국인 주자 2명이 있었다. 바로 로봇 다리 수영 선수로 유명한 김세진과, 김세진처럼 수영 선수를 향한 꿈으로 자폐를 이겨나가고 있는 중학생 김동훈! 김세진은 선천성 무형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2016 리우 올림픽 - 올림픽이다. 패럴림픽이 아니다. - 수영 마라톤 10km에 출전한 바 있다. 예전에 패럴림픽 언론 설명회에서도 보고, 오늘도 보았는데 밝고 예의도 바른 친구였다. 김세진과의 토치 키스 후 성화를 들고 달리던 김동훈은, 낯선 사람이 많은 환경을 어려워하고 눈을 못 맞추던 주자 집결지에서의 모습과 달리 정말로 힘차게 달렸다. 봉송로 옆에서 삼성 스탭들이 큰 소리로 김동훈을 외치니, 신이 나서 손을 흔들며 달리는데 생중계로 보는 내내 마음이 푸근해졌다.


토치키스 중인 김세진(우측)과 김동훈. 출처: http://naver.me/FYhZidqI


주자들을 맞이하고 배웅하고 다시 환영해주고 보내길 여러 번, 그 사이에 짬이 나서 나도 기념 촬영을 했다. 오늘 집결지가 김해실내체육관 민방위 교육장이어서 재해 체험장, 화생방 체험장 등이 있었는데 바깥에는 어린이 재난안전 체험장 포토월이 있어서 한 장 찍었다.


귀엽게 ㅋ.ㅋ


그리고 화생방 체험장을 기웃거리자 동료 스탭이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서 마네킹과도 한 장.


노란 잠바만 보면 공무원들 생각이 나는데...

맨 마지막 구간에는 우리 주자가 없어 6시경 철수한 후, 숙소인 김해 아이스퀘어 호텔로 복귀해 후다닥 남은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숙소 옆 몰의 지정 식당에서 밥을 먹고 몰을 한 바퀴 구경했다. 캐리어가 꽉 차서 뭘 살 수가 없다. 이번 겨울엔 아무 것도 안 사는거야!!!


안 보일 정도로 손을 움직이며 메일 보내는 모습을 룸메가 찍어줌!


내일은 거제로 간다. 조선업 상황이 나빠서 아무래도 분위기가 안 좋을 것 같다는 조직위의 예상이 맞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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