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 와선 자꾸만 쉬엄쉬엄 하는 기분이긴 한데, 루트가 그러하니 나도 어쩔 수 없다(!).
어드밴스와 카라반 운영을 안 하기로 한 것에 더해, CP에서도 일절 치어링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 주자 운영팀도 최소한으로만 운영을 했다. 선배가 나는 오프를 주겠다고 했지만 굳이 숙소에 있어봤자 몸이 풀어지기만 해서, 기어이 CP에 나가겠다고 했다.
이른 오후에 주자 3명을 등록 시키고 내보낸 뒤, 시간이 남아 단양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어제 돌아본 결과 별로 볼 것은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그래도 주말이니 시장 안이 조금 활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어 혼자서 성큼 성큼 나가보았다.
고수대교
맞다. 단양에는 고수동굴이 있었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전 직장에서 단양으로 워크샵을 온 적이 있었다. 고수동굴에 갔다가 나오면서 다시는 동굴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동굴의 어둡고 축축한 느낌과, 어딘가에 거꾸로 붙어있는 박쥐가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기분 때문에 은근히 불쾌했기 때문이다.
얼어버린 폭포
폭포가 얼어서 하얗게 되어있었다. 오늘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았는데 강과 폭포가 모두 얼어붙어 있었다. 셀카를 즐기지 않는 나지만 오늘은 찍어줄 사람 없이 밖에 나갔기 때문에 셀카를 열심히 찍어봤다. 이 강에서는 쏘가리가 많이 나나보다.
쏘가리와 함께
쏘가리 거리(?)에서 쏘가리 조형물과도 한 방 찍었다. 주말인데도 거리가 한산했다. 하긴 지금 한겨울이지.
만두피 끝이 덜 익어서 아쉬웠던 만두
단양 구경시장에 들어가 어디서 뭘 먹어볼까 가게들을 훑으며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저 만두집 엄청 맛있잖아! 먹어봤냐?”라고 친구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렇다면 안 먹을 수 없지! 고기만두를 주문하고 고이 기다리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나왔다. 아... 그런데 일단 실망으로 시작했다. 만두피 끝에 밀가루가 허옇게 묻어있었다. 피가 잘 안 익었던 것이다. 바꿔달라고 할까 하다 그냥 끝을 잘라내고 먹었다. 다행히도 속은 익어있었다. 속은 익었는데 끝이 안 익는 것은 무슨 조화람?! 단무지가 시원하고 맛있었다. 혼자 앉아 만두를 먹고 있으니 중학교 때 생각이 났다. 학교가 끝나면 항상 교문 앞에 엄마 차가 세워져 있었다. 엄마 차에 타면 항상 엄마는 만두 가게에 들러서 간식으로 만두를 사주셨었다. 초등학교 때 마른 체형이었던 나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내가 초등학교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도의 통통한 몸을 갖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매일같이 먹었던 만두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초등학교 때는 그렇게 뛰어다니다, 중학교에 가면서 만두를 그렇게나 먹고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했으니 살이 안 찌면 이상한거다. 분명히 엄마가 살 다 나중에 키로 간다고 했었는데... 왜 저는 아직도 엄마보다 키가 작죠? 엄마?
옛 추억에 빠져 만두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우고 다시 시장통을 걸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도시의 상징(?) 쥬씨에서 커피 한 잔을 사고, 다시 CP로 돌아가는 길에 붕어빵을 발견했다. 이번 겨울 나의 첫 붕어빵이었다! 3개 천원일줄 알았는데 2개 천원이라길래 살짝 비싸다는 생각을 하며 샀는데, 한 입 베어무는 순간 그런 생각은 싸그리 없어졌다. 팥의 한 알 한 알이 느껴지고, 그 팥알들이 잘 익어 단맛을 내는데 이건 길거리에서 2개 천원 할 맛이 아니었다. 천원에 두 개를 주면 남긴 남나요, 사장님? 이번 겨울 내 첫 붕어빵을 이렇게 맛있는 붕어빵으로 먹다니 남은 겨울도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기분 ~.~ 먹다가 팥을 손가락에 살짝 흘렸는데 화상 입을 뻔 했다. 지금도 왼쪽 엄지 손톱 아래가 빨갛다 ㅎㅎㅎ
단양 다이소 맞은편 붕어빵 강추
붕어빵 한 입 먹고 찬공기를 허~ 허~ 하며 입 안을 식히길 몇 번 하다보니 부동산 앞에 도착했다. 몇 평 되지도 않는 내 서울 집 전세금으로 땅을 몇 백 평이나 살 수 있다니...! 서울에서의 삶의 질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게 됐다.
나도 몇 백 평 땅을 가질 수 있다!
마음만은 땅부자로, 일이나 하자!
CP 복귀해서는 봉송을 마치고 돌아온 주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하고, 다음 구간 주자들을 받았다. 먼저 들어가라는 선배의 말에 거절 한 번 하지 않고 (ㅋㅋ) 퇴근을 했다. 데려다준다는 것을 이번엔 거절하고, 숙소까지 운동 삼아 걸어가기로 했다. CP에서 숙소까지는 1.74km. 가는 길에 CU에 들러 수입맥주 4캔을 만원에 사서 신나게 비닐봉투를 흔들며 즐겁게 퇴근했다. Tip: 단양 대명리조트 지하 슈퍼는 술값이 비싸다. 카스, 클라우드 같은 국산 맥주 350ml 한 캔이 2,500원이다. 술을 마실거면 외부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들어가시길!
1664 한 캔을 따 마시면서 일본 소설을 읽으니 휴가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