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에 감흥이 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 내 생일이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날이 크리스마스다. 정확히 말하면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매년 특별한 일을 했던 건 아니지만 그냥 좋다.
재작년에는 제주도에서 헬스를 했고 작년에는 호주 바이런베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다. 그리고 올해는 경상북도 영주에서 성화봉송 주자들을 맞이한다. 이렇게 쓰니 대충 비슷하게 재밌게 보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은 비교할 수가 없으니 흑. 그래도 앞으로 살면서 성화봉송단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보낼 일은 없을테니 뭐 특별하게 보낸다고 해두자!
영주는 정말로 처음 와봤다. 시인지 군인지 감도 안 오는 곳인데, 시라고 한다. 오늘 우리 주자는 무려 15명! 충북에서 하도 10명 이하로 받아서 오랜만에 10명이 넘으니 많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불안해졌다. 역시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첫번째 전화 너머로 한 남자 주자가 아이가 아파서 못 가는데 어쩌냐고 묻는다. 어쩌긴 뭘 어째요. 불참 처리 해야지. 친절하게 아하 그러시군요, 그러면 불참 처리 하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또 전화가 울렸다. 아 또 불참자인가, 하면서 받았더니 비가 오는데 성화봉송 하냐고 묻는 전화였다. 네, 합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주자는 달립니다. 눈비에 상관없이 경기하는 미식축구 생각이 났다. 선크림을 바르는데 또 전화가 울렸다. 와... 욕 나올뻔 했다. 설마 또 불참인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오는 길에 접촉 사고가 났단다. 집에 가는 막차를 타려면 봉송 시간을 앞당겨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냔다. 아... 시간 조정은 불가능합니다. 다른 귀가 방법이 없을까요? 찾아보겠단다. 혹시 몰라서 다시 한 번 물었다. “오시는거죠?^^” 꼭 오신단다. 혼자만 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끊었다.
우리 주자들 집결 시간이 2시 50분부터라, 우리는 영주 시내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백종원 3대 천왕에서 소개한 곳이라는데 찜이 맛있었다. 탕에는 밥 한 공기를 말아서 먹었는데 밥보다 고기가 더 많아서 놀라웠다.
찜과 하얀 감자탕
오늘 CP인 영주시청은 난방을 빵빵하게 해줘서 좋았다. 밖에서 뛰는 것보다 안에서 앉아있는게 더 추운 CP들이 많아서 하얀 롱패딩을 챙겨왔는데, 계속 벗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영주 시청에서 내려다본 영주
주자들이 모두 귀가하고 난 다음에는 CP에 있는 조직위, 삼성, 코카콜라, KT, 롯데, 한화 모두 모여 조촐한 간식 파티를 했다. 학교 다닐 때 과방에 모여서 뭐 시켜먹던 기분이었다. 자꾸 과거 타령하면 늙은거라는데, 연말이 맞긴 맞나보다. 자꾸 과거 타령을 한다. 14동 과방에서 중국음식에 고량주 시켜 점심부터 냄새 풍기던 우리 선배 동기들 오늘은 뭐하고 있을라나!
단체 사진. 삼성이 많긴 많네
숙소에 돌아오니 RON팀에서 크리스마스라고 선물을 줬다. 핸드크림+발포비타민은 예쁜 포장까지 해서, 내일 간식이라며 과자 한 보따리까지! 다들 가족 연인과 떨어져 고생이 많은데 이렇게 서로 챙긴다.
올해 첫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을 뜯어보면
내 필수품 핸드크림과 발포 비타민
내일은 CP 업무 마치고 주자운영팀끼리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2017년도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