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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루 Jan 28. 2018

Day 87 고성 - 편지 받고 싶은 날

며칠 전에는 네비 실수로 한 부대가 훈련하는 곳까지 들어갔었고, 차를 타고 가다 보면 xxxx부대 표지판이 자주 보인다. 정말 군 부대가 많은 강원도답다.


오늘은 다소 길게 문서 작업을 할 것이 있어 거의 종일 PC를 켜두고 있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타 계열사 에 다니는 대학 선배와 채팅을 했다.


나: 군부대 많은 지역에 와보니까 왜 군인들에게 편지가 소중한지 알겠어!

선배: 근데 너 나한텐 왜 안썼냐

나: ?? ㅋㅋㅋㅋㅋ


군대 간 선배들 동기들에게 편지를 쓴답시고 편지지 가득 내 얘기만 적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다들 서른이 훌쩍 넘어 밥벌이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있으니 세월이 참. 아 규뱀 오빠, 생각해보니까 오빤 장교였잖아. 그래서 안 썼나봐 ㅋㅋㅋㅋ


주자 한 팀을 받고나서, 점심을 먹고 CP로 온 팀에게 CP를 맡기고 우리도 식사를 하러 고성 군청 앞으로 나갔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감자탕집에 들어갔는데, 뼈다귀와 묵은지의 비쥬얼부터 우리를 압도했다. 맛도 있었다.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이렇게 음식이 잘 나오면 두 배로 기분이 좋다.


오늘도 열심히 먹는다!


배를 땅땅 치며 군청 안으로 복귀하는데 하늘이 너무 파랗고 맑아서 한 컷.


파란 겨울 하늘


봉송을 마치고 돌아온 주자들에게 깜짝 선물 공개를 하자 이번 구간 주자들은 다같이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해 보고용(?)으로 사진도 찍었다. 구간별로 주자들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각양각색인데 이번 구간은 친화력 좋은 50대 여성 주자를 필두로 해 아주 화기애애했다.


다들 좋은 추억 안고 가셨기를!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산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면서 쓴 편지가 총 몇 통일까? 뭐라고 썼을까? (보내고나면 뭐라고 썼는지를 잊어버린다) 받은 사람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이메일도 부담스러워하는 요즘 시대에 기대하지 않은 손편지 한 통 받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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