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춥다. 싫다.
매일 지켜온 루틴을 버렸다. 아침식사 운동 점심식사 술시. 리듬을 타지 않는 시곗바늘에 올라탄 건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2분을 기다리는 것보다 쉬웠다.
2주 전 전날 새벽 가을비가 우수수 쏟아지는 소리를 잠들었다. 젠장. 내일 분명 (체감상) 겨울이다. 새벽에 일어나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 8회를 보고 있다가 지안이 때문에 터졌다.
오늘 하루 버려?
냉장고에서 차가운 새로를 꺼내 500잔에 부었다. 캬- 역시 첫술은 빈속이지. 해장라면을 끓이고 총총 자리로 돌아왔다.
찰나였지만 신났다. 그치만 행복은 영원하지 않았다. 보름동안 현관문을 나서지 않았다. 한량인데 점점 마음이 무거웠다. 침대에 누워만 있어서 화장실 가려고 일어설 때 두 다리가 휘청했다. 근육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고 식욕 zero.
안녕. 방탕한 나의 하루야.
운동복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갔다.
와-
와-
와-
어느새 노랑 불긋 단풍이 들어있었다. 예쁘다.
빈속에 깡소주 들이킬 찰나가 겹쳐 세상이 알록달록해졌다. 좋은 경험이었다. 찰나의 가을은 영원히 마주 할 테니까.
겨울아.
천천히 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