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의 비극

by 루바토 노트


몇 년 전 내가 끄적였던 메모를 최근 우연히 다시 봤다. 작성된 메모에는 팀장님의 리더십에 대해 답답함과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메모 속 불안은 진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표님에게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피드백을 들은 팀장님은 다음 날 나를 포함하여 중간 관리자들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감정적인 상처에만 집중하며 그저 '앞으로 부하직원들에게 매출로 쪼지 않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팀장님의 선택은 태도의 변화가 아닌 회피였고, 그 끝에 팀은 생존이 아닌 해체를 맞이했다. 조직이 해체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팀장을 포함하여 10명의 조직원이 한 번에 실직을 당했다.


지난 2년여간 실패한 리더십이 어떻게 조직을 망치는지 지켜봤다. 이성보다 감정이 우선이었던 팀장님은 불편한 결정을 피했다. 팀장님의 회피는 조직 전체를 마비시켰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팀원들이 여러 번 학습하니, 팀원들도 문제 제기를 굳이 하지 않게 되었고 조직 전체가 서서히 문제를 방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직원들은 의욕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팀장님이 오시고 단 2년 만에 10명의 후배들이 차례대로 퇴사했다. 조직이 해체되기 몇 개월 전에, 좋은 기회로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PM이 된 동료는 의욕을 끌어올리며 팀장님께 일 잘하는 후배들을 프로젝트에 붙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팀장님은 일정에 맞춰 적당히 결과물을 내는 것에만 급급했다. 일 시키기 좋은 PM과 파트장만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후배들은 모두 배제시켰다.


정부 지원 조건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팀장님의 바람대로 어찌저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내내 보고받는 것만 중요했던 과정은 팀원들의 의욕을 더 끌어내렸고, 팀장님의 책임 회피와 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마지막 사례가 되었다.


나는 10년간 짧고 길게 네 분의 리더를 경험하며 다양한 리더십의 유형을 보았다. 그 모든 리더십이 완벽할 수는 없고, 나 역시 실직을 당하기 전까지 조직에 속해 있었기에 리더십의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팀장님을 목도하며 '실패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불편한 결정을 회피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리더는 단기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조직을 침몰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 이 실패의 경험은 리더십의 전환점이 되었다. 팀장님은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리더도, 좋은 사람의 이미지도 잃게 되었다. 이는 리더의 자리가 단순히 좋은 사람으로 비치는 것을 넘어, 조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본질적인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내가 되고 싶은 리더십을 생각해본다. 리더는 불편하고 외로운 자리임을 인정하고, 조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와 조율의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로만 책임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책임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시는 조직의 비극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일할 날을 차분히 가다듬어 본다.





editor 여

글 쓰는 일로 10년을 일했다. 대기업 에디터이자 홍보팀 파트장으로, 1,000여 명을 만나 기록하며 동기부여를 얻었던 10년 커리어가 2025년 잠시 멈췄다.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제 아이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새로운 챕터 속에 성장과 동기부여를 기록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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