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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Apr 24. 2024

감정에 이름 붙이기

지금 너의 감정은 무슨 색이야?

학교에 강의를 가는 날에는 평소보다 마음이 더 부산스럽다.

마음이 부산스럽거나 시간에 쫓기거나 서두르는 날에 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쉽게 짜증 나고 화가 난다.


오늘 아침에는 아이가 잠에 취해서 더 자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고 골라놓은 옷이 다 마음에 안 든다며 짜증을 내는데 욱하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결국 짜증을 내고 버스 시간에 쫓겨 아이가 어린이집 가는 것도 배웅하지 못하고 길을 나섰다.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호흡에 집중하며 요즘 쉽게 화가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내 몸에 불덩이가 가슴에서 머리로 치솟고 있는 그림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갑자기 파란 바다에 들어가 깊은 잠수를 하며 수영을 하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졌다. 눈을 감고 나의 감정에 어울리는 색을 상상해 보았다. 나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며 객관화하는 작업을 하며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해 보았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 다른 사람이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내 마음에 남아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마구 뒤엉켜 있었다. 켜켜이 쌓여있는 감정들의 무게들은 무거워졌고 순환되지 않은 감정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거칠게 툭툭 튀어나올 때가 많았다.



' 아... 요즘 내가 너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구나…‘


혼자 살 때 보다 할 일은 많아졌고 해야 될 일도 많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참으면서 해야 되는 삶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조차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만나거나 강의를 가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괜찮은 척 미소 지으며 있는 힘껏 내가 가진 에너지를 끌어모아 쏟아내고 나면 자주 방전이 되어 버린다.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혼자 육아를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칠 때가 자주 있었다. 그때도 아이 앞에서는 씩씩하고 밝은 엄마로 보이기 위해 애를 썼었는데 요즘은 그 조차도 아이 앞에서 잘 안될 때가 많을 때 자주 현타가 온다.


사람은 에너지가 있다, 이 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신체적인 활동이나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감정적인 상태나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열정과 의지를 통해서도 에너지가 발산될 수 있다. 사람 간의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에너지를 공유하고 나눌 수도 있다.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더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문득, 요즘 나는 나를 잘 돌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매일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지쳐있고 불안과 우울을 반복하며 분노조절도 잘 안 되는 내가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가면으로 진짜 얼굴을 가린 채로 괜찮은 척을 하고 있지만 괜찮지 않아 보이는 게 부끄러웠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밝은 척, 친절한 척, 괜찮은 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서 물감, 싸인펜, 색연필, 매직 등 손에 잡히는대로 자유롭게 내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보았다. 풀어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진듯 하다.






괜찮은 학교 아이들은 솔직하고 투명하다.

자신의 감정을 감추거나 조작하거나 교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쓰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제도권 안에서는 교사의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들 이기에 문제아로 낙인찍혔을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개인적인 통제를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통제나 규칙을 따르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개인의 성격, 가치관, 그리고 경험에 따라 다르며,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는 방식도 각기 다를 수 있다.


사실 내가 그런 학생이었고 여전히 그런 존재의 인간이다.

감정을 나누는 게 중요하고 타인과 감정이 연결되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껴질 때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학창 시절 정신이 건강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장 가까운 부모와 소통이 잘 안 되었고 결혼 생활 후에도 남편과 감정을 나누는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감정이 정화되거나 순환되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마음이 무거워지니 몸이 무거워지고 몸이 무거워지면서 점점 우울감과 무기력도 커져갔다.



아이들도 지금 그런 모습인 듯 싶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든 아이들, 일어나서 학교까지 오는 것도 힘을 내야 하는 아이들, 딱히 갈 곳도 할 것도 없어서 학교에서 버티는 아이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아이들.


아이들은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졌지만 자유가 남용되면 방황과 혼란을 겪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어렵다면 자유로운 선택이 잘못된 결정이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매우 위험하다.


우리에게는 에너지를 스스로 전환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기 위해 자기 자신을 믿고 따르는 힘을 갖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자기 신뢰가 증가하고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실패와 성공을 통해 배우며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갖고 행동을 하고 내 감정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야 한다.







What's up?  How's going?


아이들에게 한 주간의 이슈들을 적어보라고 했다.

큰 원 하나를 그리고 지금 당장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작은 원에 단어나 문장으로 적어보면서 왜 이런 감정이나 생각이 떠올랐는지 가지 치기를 해 나가는 미션을 주었다. 그리고 각각의 감정과 생각에 어울리는 책을 칠해보았다.




모든 감정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나쁜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된다.


관심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주관적인 경험은 자동적으로 조절되거나 미묘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기 위해서 그냥 물어보는 것도 좋다.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  그러고 나서 그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 보자. 과연 그것은  분노일까, 아니면 좌절일까?  슬픔인가, 피로감인가? 그  식별이 정확할수록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색을 채우면 한 발짝 나의 감정을 떨어져 보는 힘이 생긴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공감과 연민은 치유와 회복과 전환의 힘을 준다.

이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단지 우리가  감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감정을 해석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감정은 우리에게 무언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감정의 늪으로부터 나와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감정 뒤에 우리의 욕구가 무엇인지 연결하고 욕구를 상대에게 표현할 수 있을 때 나 자신과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다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자유롭고 평화롭고 나아지기 위해서 이니까.

내 자신을 조금 더 책임감 있게 돌보는 주인이 되는 것이 나의 인생을 반짝 반짝 빛나게 할 것이고 오직 자신만의 인생을 창조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선택이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 빅터 프랭클-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다음 수업 시간 까지 여유가 생겨서 학교 근처 산에 가서 맨발로 숲을 거닐었다. 발바닥의 자극과 들어가고 나가는 호흡에만 집중을 하다보니 무거운 감정들이 땅으로 스며드는 것 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연둣빛으로 물들어 가는 잎들이 주는 차분함과 새소리가 유난히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속으로 ' 좋다. 좋다'를 연발하며 아이들과 다음 시간에는 숲으로 나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더 큰 자연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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