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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Feb 08. 2022

오리지널리티

특이 특별 독특

참 독특해. 특이한 아이야, 난 특별해.

나는 어릴 때 내가 독특하고 특이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들에게 그렇게 보이기를 바랐다. 이 말들은 남들과 다른, 흔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유일하고 독창적이고 개성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이상해, 이해할 수 없어, 남들하고 어울리지 않아... 그런 뜻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이 말들을 다시 생각했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독특하고 특이하고 특별한 글을 쓰려고 애를 썼다. 남들과 다른 지금껏 보지 못한 나만이 만들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글을 쓸 거야, 라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어쩌다 특이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면 스스로 감탄하곤 했다. 지금껏 이런 이야기는 없었지! 내가 처음이야! 라며 즐거워하곤 했다. 다른 이야기와 차별되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완전히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아니면 새롭다는 것이 진짜로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걸까...


양준일이 90년대 초반 가수 활동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를 보고 '특이하다, '이상하다', '독특하다' 이런 말들을 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게 보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막 개국한 SBS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했고, 꽤 파격적으로 만든(뮤지컬 배우가 사회를 보고, 프로그램 전속 댄스팀이 있었고, 댄스곡 위주로 진행되었던) '쇼 서울서울'이란 가요 프로그램에 그가 단골로 나오다시피 했다.

그때 그를 보면서 참 특이하군... 그렇게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노래도 춤도 사람도 특이했다. '댄스 윗 미 아가씨', '가나다라마바사'...등 그의 노래는 다른 노래들과 달랐고 이질적이었고 독특했고 이상했다. 평범하지 않았고 흔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이상하고 독특한 것을 대부분 외면한다. 그건 생존 본능에서 기인한 건지도 모르겠다. 몸속에 새로운 병균이 들어오면 위험한 것으로 인식해서 죽이려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도 수많은 차별이 일어나기도 한다. 자신들의 생존에 위협적이지 않다 생각하면 그냥 이상하군 하고 지나가지만 그것이 자기들의 생존에 위협이 될 만큼 큰 것이라고 느껴지면 쫓아내고 밀어내고 없애려고 한다. 여기서 차별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양준일을 본 사람들은 이상하고 특이하다로 지나쳤다. 그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역시 이상하고 특이한 애야, 라며 지나쳤다. 그는 그냥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 만약 그가 인기를 얻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면 아마도 더 크고 혹독한 차별을 당했겠지만 다행히(?) 그는 가수로서, 연예인으로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그가 다시 대중들에게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그를 '시간 여행자'라고 불렀다. 수십 년 전 과거의 영상들에 나오는 그는 마치 지금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세련되고 힙한 느낌의 요즘 젊은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패션도, 스타일도, 행동도, 춤도 과거의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고 귀에서 무선 이어폰을 빼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지금도 혹시 그는 '시간 여행자'일까? 그는 시간 여행자라기보다는 그때도, 지금도 시간 밖에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밖의 시간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도 이상하고 독특하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평범하지 않고, 남들과 다르고,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데뷔한 양준일은 지금도 이상하고 독특한 가수이다. 그는 수십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평범하고 일반적인 대중 가수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자기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예술가이고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그 말에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아닙니다~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


예술가나 문학가나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원하고 추구하는 것이 바로 오리지널리티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만의 이상하고 독특하고 특별한 무엇!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이상한 것을 긁어모으기도 하고, 이상한 생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란 것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오리지널리티는 그 사람의 삶과 생활과 가치관에서 나온다. 어디를 어떻게 걸어왔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나는 더 이상 남들과 다른 걸 찾기 위해서 애를 쓰지 않는다. 뚜벅뚜벅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것 그 길에서 얻고 버리고 비우고 남긴 것들을 잘 간직하다 보면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내 속에 깊이 들어가고 때로는 나를 벗어나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그런 나를 믿어 주는 일. 그것에서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먼저 통과해 간 양준일을 덕질하며 오늘도 그의 오리지널리티를 음미한다.

자기를 'Life Walker'라고 불러달라는 양준일은 그 길을 앞장서서 걷고 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걷는다. 그가 멈추지 말고 계속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그리고 뒤를 따르는 나에게 가끔 손 내밀어 주길...

분명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그를 따라 걸어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몰려갈 테고...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평범한 대중 가수가 아니라는 게 안타까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의 빛나는 오리지널리티는 시간을 벗어나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를 덕질한다. 그의 오리지널리티를 덕질하며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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