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하면 떡이 생긴다
유튜브, 유튜뷰, 유튜부, 유투브, 유트브...? 헷갈리는 글자만큼이나 유튜브는 낯설고 접근하기 힘들고 귀찮은 신문물이었다. 도대체 그딴 걸 왜 하는지 몰라... 그랬던 내가 하루 종일 유튜브에 매달려 살게 될 줄이야.
한동안 텔레비전 죽순이였다. 소파 위에서 목이 아플 때마다 이리저리 누운 방향을 바꾸며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가며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고 또 보았다.
그러다 덕질 이후로는 유튜브에서 살고 있다. 텔레비전을 때려치운 지도 2년이 넘어간다. 텔레비전보다는 유튜브가 훨씬 덜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가 넘쳐나니 입맛에 맞는 것을 찾기가 쉽다. 새로운 소식들이 가득하고,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나의 스타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의 영상들이 유튜브에 가득하니까.
인스타도 역시 덕질과 함께 시작했고 지금은 나를 알리는 용도로 잘 사용하고 있다. 덕질 덕분에 신문물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양준일은 2000년에 첫 책 'Maybe'를 낸 뒤에 인스타 라방을, 그리고 카카오 프로젝트 30일 기념으로 유튜브 라방을 처음 했다. 그때 나도 생전 처음으로 라방이라는 것을 접했다.
코로나로 인해 북콘서트가 취소되면서 대신 열린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실시간으로 수많은 팬들과 소통하며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지금도 유튜브 재부팅 양준일에서 라방을 하며 팬들을 만난다.
라이브 방송...
생소했던 라방을 덕질을 하면서 처음 접했다. 덕분에 새 책을 내고 출판사에서 라방을 하자고 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쉽게 승낙할 수 있었다. 보고 배운 대로 따라 해 보자란 마음으로.
화면으로 채팅창으로 독자를 만나는 일이 대면으로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교감하기 힘들고, 마치 혼잣말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나의 스타의 라방을 떠올리며 무사히 해냈던 경험이 있다. 덕질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어렵고 귀찮게 생각했던 유튜브가 이제는 마치 나의 또 다른 손이자 또 다른 눈같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양준일은 유튜브로 과거 영상들이 퍼지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그래서 다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양준일과 유튜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도 그런 유튜브의 위력을 잘 알고 있고 지금은 유튜브에서 활발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한정된 공중파 채널들의 힘도 예전처럼 크지 않다. 물론 지금도 신문과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용을, 그곳에 나오는 스타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점차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어린 세대들에게는 유튜브가 가진 힘은 절대적이고, 그들은 우리보다 유튜브 세상을 훨씬 더 가깝고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인기를 얻고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방탄소년단이나 싸이 등을 봐도 유튜브의 위력을 알 수 있다.
나는 요즘도 양준일의 Maybe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는다. 오디오북 역시 덕질을 하면서 듣기 시작한 것이다. 전자책을 기계음으로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오디오북은 잘 알지 못했다. 굳이 왜 돈을 내면서 성우가 읽어주는 책을 들어야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책이 오디오북으로도 출시되면서 오디오북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눈이 피로해지지 않아서 좋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어 좋고, 이동 중에 들을 수 있어 좋고, 잠자리에서 자장가처럼 들을 수 있어 좋다. 기계음과 달리 성우들의 목소리로 듣는 책은 훨씬 더 편안하고 귀에 잘 들어왔다.
오디오북은 디지털 같지만 사실 꽤 아날로그적이다. 오디오북을 들을 땐 엄마나 할머니가 어릴 때 책을 읽어주던 그때 그 느낌이 난다. 어릴 때 옛날이야기 카세트테이프에 귀를 기울이던 그때가 기억난다.
양준일 덕분에 오디오북을 알게 되었고, 오디오북을 즐겨 듣게 되었고, 내 책을 오디오북으로 내고 싶다는 욕심도 갖게 되었다.
출판사와의 2차 저작권 뭐 그런 골치 아픈 문제로 (양준일의 오디오북이 나온)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오디오북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런 시도가 있었기에 오디오북을 낼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참에 내 책이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내 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관행적인 계약서의 문제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뭐든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이 좋다. 시도했다가 성공을 하면 당연히 좋고, 실패를 하면 실패의 경험을 얻게 되는 거니까 그것도 좋다.
2년 동안의 양준일 덕질을 돌아보니 도움을 받은 것이, 배운 것이 꽤 많다. 에너지와 열정과 사랑과 관심을 쏟아부은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덕질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확실히 낫다.
하지만 덕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억지로 강제적으로 시킬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덕질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어쩌면 덕통 사고도 일종의 축복일런지도... 오늘도 덕질을 할 수 있음에, 덕질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칠 수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