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 Jan 27. 2022

서로에게 뮤즈

영감님 오세요

양준일 덕질을 가열차게 시작한 것은 2년 전 바로 이맘때쯤이었다.

그 전 해 12월 텔레비전 JTBC '뉴스룸' 프로그램에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하는 양준일을 처음 보았고, 덕질러들이 회전문이라고 부르던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에 빠져들었고, 1월에는 덕질 게이지가 최고조로 높아지고 있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갈증 같은 그 감정은 처음 겪는 낯선 감정이었다. 영상으로만 보는 타인에게 느껴지는 이런 감정이 정말 이상했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마도 강렬한 덕질을 경험한 덕질러들은 이 말에 다들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현생은 현생대로 끌고 나가야만 했다.

나는 사실 오랫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슬럼프였다.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슬럼프에 빠지고 자주 빠지고 대부분 빠지고 항상 빠진다. 그 기간이 몇 년씩 길어질 때도 있고 짧을 땐 몇 달 만에 회복되기도 한다. 가끔씩 돈이 되는 일이 들어올 땐 일을 했고, 강의도 했고, 동화도 동시도 산문도 종종 쓰긴 했지만 꽤 오랫동안 슬럼프였다.

등단 한 지도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다들 이맘 때면 그런 변화를 겪는다고 했다. 많이 썼든 많이 쓰지 않았든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때 양준일을 만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막 새 일감을 받아둔 상태였다. 마감이 닥쳐오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양준일로 가득 차 있었다.

노트북과 이어폰을 챙겨 들고 카페로 갔다. 양준일 노래를 반복하여 크게 들으면서 노트북을 펼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덕질을 시작하며 고조되었던 감정들이 글 안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여섯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막혀있던 수도꼭지를 뚫은 것처럼 글이 쏟아졌다.

양준일이 나의 뮤즈가 된 것이다. 양준일로 인해 말라붙었던 나의 영감이 살아났다!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건 마치 무슨... 덕질 간증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뒤로 일어난 일도 역시 놀랍다. 덕질을 하면서 종종 내가 나를 한심하게 보기도 했었다. 이 많은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와 돈을 왜 알지도 못하는, 만날 수도 없는 사람에게 쏟아붓는 거지? 이게 정상인 건가? 내가 제정신인가 아니면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자기 검열에 걸릴 땐 덕질을 하고 있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내가 얻은 게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무엇보다 그는 나의 완벽한 뮤즈가 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2년 여 덕질을 하는 동안 공저 동화책 3권과 동화집 3권(1권은 곧 나올 예정)과 동시집 1권을 출간했다! 권 수로만 따지자면 7권의 책을 낸 셈이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양준일 덕분에 나는 슬럼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고, 지금도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심지어는 브런치 에세이 역시 양준일 덕분에 쓰기 시작한 것이니 양준일이 나의 뮤즈임에는 틀림없다.


서로에게 뮤즈가 되어주는 스타와 팬의 관계. 정말 놀랍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팬들 역시 양준일의 뮤즈가 되어주고 있다. 그가 발표하는 모든 노래들은 팬들을 향한 고백과 사랑과 대화들이다.

양준일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꽤 많은 새 노래들을 발표했다. 재작년 8월 싱글 'Rocking Roll Again'부터 시작하여 작년에는 7개의 곡이 담긴 미니앨범 'Day by Day' 그리고 연달아 싱글 'Shut Up, I Love You'

그리고 두 권의 책, 책 'Maybe-우리 만의 암호 말', 포토북 'Maybe2 -Come as you are'까지...

팬들이 그의 뮤즈임은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창작물들을 통해 증명되었다.


작년 양준일의 생일 즈음에 팬들이 마련한 전시회가 열렸다. 고퀄리티의 그림, 사진, 공예품 등... 다양한 작품들로 꽉 찬 전시회장에서 느낀 건 정말로 그가 우리의 뮤즈가 되고 있구나였다.

처음 그림을 그린 분도, 그림을 배우지 않은 분도, 전문가도 있고, 다양한 분들이 있었지만 그 작품들의 시작은 모두 같았다. 그것은 바로 양준일이었다.

그 뜨거운 감정을, 타는 갈증을, 한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나이나 성별이나 능력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모두들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그림이, 시가, 작품이 되어 나타난 현장은 정말 놀라웠다.

이런 덕질이라면 할 만하지 않은가?


덕질은 이롭다. 덕질은 잠재력을 발휘하게 한다. 덕질은 집 나간 뮤즈를 데려온다. 덕질은 영감님과 손잡고 함께 온다. 그래서 덕질은 즐겁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나의 덕질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글 쓰기도 계속 될 것이다.

 


 

      


이전 05화 틀 안에서 자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