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원작이 책이었죠?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통해 알아갈 인생은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됩니다.
누구보다 멋진 여행을 떠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멋진 여행을 떠나다.제 생각에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 정말 멋진 것 아닐까 싶은데, 그 남자의 멋진 여행이라니 어떤 기준인지 궁금해집니다.
아마 이 영화 보신 후에 주인공을 모방한 여행 계획을 많이 세우실지도 몰라요. 작품 속 주인공은 목적을 갖고 휴가를 떠나는데, 주인공의 목적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여행의 궁극적 목적이지 않나 싶어요. 새 해 시작하시면서 단 두 시간 투자로 이 작품과 함께 뜻 깊은 여행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인생이라는 여행의 궁극적 목적. 그저 일상을 탈출하는 여행과는 차이가 있겠군요?
일반 여행과 같이 여러 장소도 등장합니다. 중국 상하이, 아프리카, 로스앤젤레스예요. 주인공의 목적은 행복 찾기입니다.
오. 행복 찾기. 모든 여행은 계획부터가 일단 행복한데,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모든 인생들의 궁극적 바람이 행복인 것도 맞잖아요. 주인공은 어떤 사람일까요?
네. 주인공은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의사예요. 이 영화는 모두에게 감동을 주지만 에피소드 중간중간 남성분들이 공감하실 내용이 특히 많아요. 개구쟁이 어린 시절을 보내다 뭔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불쑥 아빠가 되신 분들은 더 공감되실 텐데요.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책임질 것이 많아진 어른이 되어버렸다고 느끼는 정신과 의사 헥터입니다. 아직 내면에 아이가 남아있는 자신을, 여행으로 정리해가는 내용이죠.
공감이 갑니다. 어느새 남들이 보기엔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사춘기 때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하거든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말 중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먼 미래에 있고, 나중에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있는데, 보시면서 행복에 관한 여러 구체적인 해답들을 제시해주므로 깨달을 수 있는 게 많은 작품입니다.
행복에 대한 해답을 준다는 부분에서 솔깃한데요. 그럼 주인공 헥터가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나는 계기가 있나요? 정신과 의사라고 했으니,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지쳐서 떠나는 걸까요?
우울증 환자도 많았으니 지칠 만도 했지만 결정적 계기는 환자의 말 때문이었어요. 헥터에게 오랜 기간 망각 증세로 치료를 받던 한 점술가 환자가 있었는데요, 그 환자가 점점 증세가 호전되더니, 대뜸 핵터에게 말하죠. '당신은 곧 일을 내려놓고 여행을 가겠군요.'라고 말이에요.
헥터는 매년 단 한 번도 업무시간조차 변경한 적도 없을 정도로 계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었고, 진료비를 인상한 적도 없어요. 룰을 깨트리는 것을 싫어했죠. 어떠한 변화도 없이 진정으로 ‘변함없는’ 일을 하는 자신을 완벽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일상이 깨지는 여행 같은 것은 갈 리가 없다고 답을 합니다. 하지만 환자는 다시 말하죠.
"당신 며칠 후 화가 날 텐데,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화가 나서 휴가를 갈 거야."
환자가 망각에서 벗어나 다시 점술을 보니, 헥터가 치료를 잘 하긴 했나 보네요. 아니면 아직 망각인 상태는 아니죠? 어쨌든 오랜 세월을 변함없이, 그대로, 늘, 똑같이 지내온 헥터라면 내공도 탄탄해서 스스로에게 화날 일도 딱히 없지 않을까요? 한 편으론 화내는 것도 본인에겐 일관된 감정의 룰을 깨트리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술가가 휴가 이야기할 때, 갑자기 성인이었던 헥터가 어린아이 모습을 한 채 앉아있는 장면이 나와요. 아마 아이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느끼듯 헥터에게는 휴가라는 말이 솔깃했나 봐요. 그 말을 들은 시점부터 마음에 여행이란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지, 다음날 일정한 시간에 방문하던 단골환자를 대하는 헥터의 행동이 달라져요. 장난감에 시선을 뺏긴 아이가 누구의 말도 안 듣는 것처럼 환자의 이야기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죠.
늘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 그게 반복이라는 인식조차도 잘 못하게 돼요. 행복에 대해 고민할 여유도 사라지고요. 이번 기회에 헥터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다행인데요?
네. 헥터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당신은 행복한가? 나는 행복한가? 행복은 뭘까? 등의 의문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자신이 행복을 알지 못하면, 환자에게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망설임 없이 떠날 준비를 하게 되죠. 헥터의 여자 친구 클라라는 갑자기 떠난다는 헥터를 보며, 헥터의 마음이 변한 것으로 오해해 슬퍼하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짐도 챙겨주고 여행을 기록할 수 있도록 빈 노트도 챙겨주며 헥터를 잘 보냅니다.
남자 친구가 불쑥 혼자 여행 간다 하면, 너무 서운할 텐데 클라라가 이해해준 만큼, 헥터가 많은 것을 안고 돌아오면 좋겠네요.
먼저 상하이로 간 헥터는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돈 많은 은행장을 만나게 됩니다. 중국인 여인도 만나게 되는데 여행지에 와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새롭고 신비로운 마음에 그만, 사랑하는 감정이 금방 생겨버려요. 여자 친구가 챙겨준 노트에다가, '행복이란 두 여자를 한꺼번에 사랑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적죠. 그러나 다음 날 은행장이 돈으로 보내준 여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여자 친구가 서운한 마음을 꾹꾹 누르고 격려하며, 짐도 같이 싸줬는데, 헥터가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 무마하기엔 좀 양심 없는 행동 같습니다?
네. 헥터는 이번엔 의대 동기생이 있는 아프리카로 떠나요. 거기서 지폐에 얼굴이 새겨질 만큼 유명인사를 만나기도 하고 괴한에게 납치도 당해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헥터는 또 첫사랑을 찾아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데요? 이 모든 과정에서 헥터가 기록한 많은 문장들이 바로 행복에 대한 해답들이에요. 두 여자를 사랑하는 자유가 행복이라는, 철없는 메모가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행복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행복은 불행을 피하지 않는 것, 나를 끌어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끌어올려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랑하는 것, 귀 기울여 주는 것, 죽을 용기가 있는 사람은 삶에도 용기가 있다, 등이에요. 이 영화가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 한 문장을 끝으로 헥터의 인생 엿보기를 마치죠.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의무’가 있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행복할 ‘의무’가 있다고 하니 문득 정신이 번쩍 듭니다.
모두 2021년에는 행복할 ‘의무’를반드시 수행하시어함께 행복의 온화한 여유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