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패밀리맨, 플랜맨, 예스맨에 이어 이번엔 또 히트맨입니까? 이런 제목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영화 서점 통해 알게 되네요. 이번엔 어떤 인생을 만나게 될까요?
개봉 5일 만에 백만 관객을 거뜬히 넘겨버린 2020년 영화입니다. 한 작가의 인생을 만나볼게요.
작가의 인생. 기대가 되네요. 그런데 코로나 19 때문에 극장도 예전처럼 가기 힘든 시기인데, 백만 관객을 5일 만에 넘겼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요?
2020년 1월 22일 이후 개봉작이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휘몰아치기 직전, 극장에서 흥행했던 마지막 작품들에 속합니다.
아. 뭔가, 극장에서 흥행했던 마지막 작품들이었다는 말씀에, 뭉클해지네요. 속히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히트맨>이 시원하게 기분전환을 시켜드릴 수 있을 거예요. 말죽거리 잔혹사하면 떠오르는, 코믹 액션 모두 겸비한 배우 아시죠? 그분이 주인공 히트맨으로 등장합니다.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오. 배우 권상우 씨네요. 제목으로 보면 이번에도 액션 장면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마도 있지 않을까요? 말씀드렸지만 1월 22일 개봉 이후 26일에 이미 백만 관객을 돌파했고, 그전에 이미 시사회에서도 폭발적 호응이었다고 해요. 스토리는, 현재 웹툰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아빠 김수혁이, 전직 국가기밀 프로젝트에서 전설의 암살요원이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죠.
평범한 우리 아빠가 알고 보니 전설의 암살요원이었다. 만화 같은 설정이긴 한데, 의외로 아빠들이 이런 설정을 좋아할 것 같아요.
액션 때문에 15세 관람가로 정해졌지만, 사춘기 자녀들과는 함께 볼 수 있어서, 모처럼 영화로 소통할 좋은 기회도 되고, 무엇보다 구성 방식이 많이 독특해서 다른 액션 영화와 다르게 여성분들도 좋아하실 거예요. 신선한 액션 영화입니다.
그런데 웹툰 작가와 암살요원, 두 직업이 너무나 다른데 한 사람이 그렇게 두 인생을 살 수 있나요?
현재는 김수혁이 볼품없는 웹툰만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악플에 시달리고 있죠. 수혁의 딸은 학교에서 우연히 친구들이 아빠의 웹툰을 보며 욕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은 모르는 웹툰이라고 시치미를 떼죠. 그리고 집에 와서 아빠를 마구 무시합니다.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아무리 그래도 아빠를 무시하다니. 속상합니다. 혹시 진짜 국가 기밀 요원이었던 것이 아니라, 딸의 무시에 못 이겨서, 사실은 아빠가 전직 암살요원이었어!라고 뻥치게 되는 건가요? 작가니까? 작가의 창의력으로?
그것은 아니구요. 사실은 영화 속에서의 아주 오랜 옛날, 국가에서 고아들을 모아 국가 기밀 특수요원을 길러내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당시 고아였던 준이라는 아이가 싸움을 특출 나게 잘해서 특수요원의 눈에 띄게 되었고, 결국 스카우트됐던 거죠. 만화가가 꿈이었던 준은 원치 않게 별안간 암살요원이 되고 맙니다.
실제상황이군요. 어릴 때부터 암살을 터득해야 하다니. 암살 요원 훈련. 조금 잔인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준이라는 아이가 혹시 지금의 아빠 수혁이 맞죠?
네. 워낙 싸움을 잘해서 스카우트되었기 때문에, 준은 독보적 에이스 자리에 오르며 신임을 얻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국가기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날이었죠. 임무 수행 도중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마치 그 순간 자신이 사고로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준은 잠적합니다. 자신의 의도대로 준은 죽은 것이 되었고, 그때부터 김수혁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바꿔 살아가죠. 가정을 꾸리고 웹툰 작가가 됐지만 현재는 돈 못 버는 가장에, 부인 눈치 보랴 딸에게 무시당하랴, 스트레스로 아이디어까지 안 떠올라 마감일도 못 지키고 생활이 위태롭습니다.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특수요원일 때는 위험한 일이라서 힘들었지만, 지금도 위태롭다면, 과연 어떤 삶이 더 나은 건지 점검을 해 봐야 하는 시기 아닐까요?
그럴까요. 어느 날 또 악플이 달리자 화가 난 수혁이 술을 마십니다. 그리곤 만취상태에서 그만, 과거 특수요원으로 명성을 날렸던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줄 써 내려가죠.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그림도 리얼하게 그려냅니다.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연시켜놓은 듯 이야기를 풀어가고 그림을 그려 넣죠. 그런데요. 아무리 시간이 흐른 일이라고 해도, 엄연히 기밀 프로젝트였기에 수혁은 진짜 연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기억에 취해 써봤던 것뿐이에요.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죠.
앗. 술에 취했다. 그리고 잠들었다. 항상 문제는 이럴 때 생기는 법이잖아요?
그렇죠. 잠에서 깬 수혁은 술에 취해 써 내려간 웹툰이 이미 연재되어이고, 역대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을 보며 놀라게 됩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부인이 웃으며, '언젠가는 당신이 이런 멋진 스토리 만들어 낼 줄 알았어.'라고 하죠.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수혁이 술에 취해 자고 있을 때, 우연히 부인이 써 내려간 내용을 읽어 보게 되었고,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대로 연재 버튼을 눌러버렸다고 하죠.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수습하고 싶었지만, 이미 일파만파 퍼진 데다가 사건을 너무 상세히 기록해버려서 국정원에서조차 수혁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또한 과거에 암살해버렸어야 했던 괴한들 마저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자신들의 범죄가 낱낱이 담긴 웹툰이 나타난 것을 알고는 추적해와요. 결국 수혁은 가족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믿지 않던 가족은 쫓고 쫓기는 격투가 시작되면서 믿게 되죠. 더 이상 딸도 아빠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굉장히 통쾌한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고 속이 후련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히트맨> 스틸컷 _ 이미지 출처: 구글
한창 시절 멋진 청년이었다 해도 자녀가 태어나면, 청년이었던 나의 자리를 자녀에게 내어주어야 하고, 아빠는 마치 청년을 모르는 사람 대우를 받으며, 뒤로 물러서시는데요.
세상의 모든 자녀들에게 이 작품을 빌어 이야기하고 싶네요.
나도 너와 같은 바로 그 시기가 있었어. 그때의 나는 너보다 조금 더 멋졌다구! 그날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고 네가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