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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Dec 29. 2020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26

애니메이션이 반갑게 등장했네요.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인생을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사람들과 대화할 때,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나 정작 진짜 하고픈 말은 못 하고 있는 상황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있죠. 상대가 혹여나 내 말 때문에 상처를 받을까 봐 헤아리느라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상대에게 너무 상처를 입어서 상대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두려운 마음에 중요한 말 자체를 단절해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후자예요. 상처 때문에 입을 닫아버린 여고생인데요, 부모님의 한 마디가 자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어서 가족이 함께 보시면 치유가 될 작품이에요.



부모님이 대체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여학생이 입을 아주 닫아버린 걸까요? 원래 그 나이 때는 할 말이 특히나 더 많을 때 아닙니까? 마음속에 많은 것들이 빼곡히 쌓여있겠네요.

그래서 제목도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예요. 일본의 치치부라는 시를 배경으로 삼았는데요. 실제로 치치부 시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배경 그대로 산지에 위치했고, 산세와 경관이 아름다워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해요.


          

지역의 경관을 아는 관객들은 애니메이션 볼 때 친근감 느끼시겠네요. 부모님 말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하니,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가족 간의 갈등 내용 같은데,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조금은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서, 관객 입장에선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요. 많은 사람들이 치유받게 하려고 전략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택한 건가요?

네. 결국엔 이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되긴 했지만, 애니메이션 자체에 이미 엄청난 공을 들여둔 터라 애니메이션으로 더 알려졌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영화제작하듯 실제장소를 일일이 캐스팅하여 섬세하게 그려 넣었어요. 어떤 분은 그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영화로 찍지 왜 애니메이션이야?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실제 장소와 실제 이야기를 영화보다 만화로 볼 때 더 이해가 쉽고 감성에 가깝게 접근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대요. 아마도 그래서 이 작품도 애니메이션 장르를 택한 것 같아요. 한 소녀의 아픔을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여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내고, 함께 치유에 이르게 하려고 했겠죠.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_ 출처:구글



그러네요. 영화로 보게 되면, 내 입장과 비슷한 상황을 연기하는 배우가 나와 너무 다른 캐릭터일 때, 감정이입이 안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실제장소를 일일이 섬세하게 다 그렸다니 영화 제작보다 어쩌면 더 수고로웠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아카데미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기도 했죠. 이야기는 독백으로 시작되는데요. '옛날에 꿈을 꾸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산 위에 있는 성을 동경했어요.' 하고 시작해요.


         

여기까지 스토리로는 가족 치유보다 오히려 동화 속 공주 이야기 같네요.  

하지만 바로 뒤부터 중요한 장면이 나와요. 소녀는 산 위의 성을 항상 동경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소녀는 성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 봅니다.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_ 출처:구글


'마침 성에서 마차가 나오고 있어요. 소녀가 동경하던 왕자님이 예쁜 공주와 함께 마차에 타고 있죠.'  여기까지가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장면이었어요. 실제 상황을 보면, 성은 산 위에 화려하게 지어진 호텔이었어요.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_ 출처:구글


그리고 마차는 자동차였죠. 자동차 안에 소녀의 아빠가 처음 보는 여인과 함께 있는 장면입니다. 한 낮에 아빠의 차가 호텔을 빠져나오고 있는 광경을 소녀가 목격한 거죠. 소녀는 자신이 꿈꿔오던 왕자님이 바로 아빠였단 사실에 흥분합니다. 너무 들떠서 얼른 달려가 엄마께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하죠.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_ 출처:구글


상황이... 이럴 수가. 예사롭지 않은 폭풍이 몰려오겠네요. 천진난만한 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엄마 마음은 뭔가 쿵 떨어지죠. 이거  큰일인데요? 정말 이야기를 전달하나요?

네. 그리고 이어서 상처가 되는 부모님의 말이 등장하죠. 엄마에게 달려간 소녀가 이야기했어요.


"엄! 아빠가 산 위에 있는 커다란 성에서 나왔어요. 공주님은 엄마가 아니었지만 왕자님은 바로 우리 아빠였어!"


아이는 폴짝대며 기뻐서 외쳤어요.

그러나 순식간에 엄마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소녀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리죠.


"너, 그 말 아무에게도 해선 안 돼!"


소녀는 깜짝 놀랍니다. 자신의 말에 엄마가 왜 화를 내는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엄마의 행동으로 미루어,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했다고 인지하게 되었죠.

곧 장면이 바뀝니다. 짐을 다 꾸려서 집을 떠나는 아빠의 모습이 나와요. 아이는 아빠를 보내기 싫어서 울. 아빠를 향해 안 가면 안 되냐고 애원하듯 물어요. 그러자 아빠가 소녀를 바라봅니다.


"이 모든 게 다 너의 수다 때문이야."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갈라놓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자신의 말 때문인 것이라고, 그 순간 소녀가 받아들이게 되죠. 치명적 순간이 바로 그때 이루어지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 순간이 이후 소녀의 삶을 결정지어 버렸죠.


         

아. 정말 안타깝네요. 왜 아이에게 그런 분풀이를 했답니까?  보통 어린어이들의 천진난만한 수다는 정말 창의적이고 사랑스럽잖아요. 그것을 더 키워주어도 커가면서 창의성이 줄어들 지경인데, 이 소녀의 경우, 어른들 잘못이 도리어 자신 잘못이라고 못 박혀 버린 상황이잖아요. 소녀 상처가 정말 클 것 같아요.

네. 장면은 현재로 돌아옵니다. 교복을 입은 학창 시절의 여학생이죠. 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소녀는 학교에선 존재감 없는 인물이에요. 누가 간단한 질문을 해도 한마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늘 혼자 다닙니다.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모르기에, 영원히 입을 닫아버린 거예요. 졸지에 가장이 되어버린 준의 엄마는 보험회사 외판원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가장으로삶에 지쳐있는 데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유가 남편에게 배신당한 이유이다 보니 삶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부정적이 되었어요. 그래서 말을 하지 않는 준을 이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짐으로 느끼며 한 층 더 힘겨워하죠.


           

준도 엄마가 자신을 힘겹게 여긴다는 것을 아나요? 준이 말을 안 할 뿐이지, 말 못 하는 만큼 생각은 한 층 더 자랐을 텐데, 학창 시절을 어둡게 보내고 있는 것이 안쓰럽네요. 나와 가까운 사람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준처럼 크게 상처 받는 분들이 실제로도 계시죠. 그 한 마디로 인해 분명히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거든요.      

맞습니다. 준은 얼마나 심한 강박증에 시달렸으면 자신이 말을 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걸어둬서 할 말이 입에 맴돌기라도 하면 심한 복통을 느낄 정도예요. 그러던 중에 학교 축제기간이 되고 준이 속한 반에서는 '뮤지컬'을 진행하게 돼요. 지혜로운 담임 선생님은 문제 있는 학생과 열정적인 학생을 팀으로 묶어 뮤지컬을 제작하라고 하죠. 그 속에 자신이 포함된 것을 알게 된 준은 벌떡 일어나 하지 않겠다고 반대 의견을 내려고 하는데, 너무 오랜 세월 말을 안 하고 살아온 데다가, 자신이 걸어둔 죽을지도 모른다는 주문 때문에 견딜 수 없는 복통을 느끼곤 학교를 뛰쳐나가버리죠.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_ 출처:구글

           

선생님이 현명한 판단으로 그런 제안을 했을 텐데, 끝내는 준이 상처를 잘 극복하고 뮤지컬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깁니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혹은 교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좋은 결론을 내는 진행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냉정하리 만큼 현실적인 스토리 진행인데요, 그 과정에서 갈등을 통해 어른은 어른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공감 갈 수밖에 없도록 엮여있어요. 깊은 골이 해결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 작품을 통해 공감해보셨으면 좋겠고요. 엔딩 장면이 굉장한 명장면인데, 학생들이 직접 만든 뮤지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에요. 유명한 <오버 더 레인보우>'베토벤'<비창>을 섞어서 부르는데, 묘하게도 두 노래가 한 곡처럼 들려요. 신기하고도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화음처럼, 마음에 새겨지는 마지막 감동이, 아. 이 애니메이션 참 잘 봤다, 하는 안도감으로 이어지실 겁니다.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_ 출처:구글

      

비창은 비창대로 오버 더 레인보우는 또 그대로,

각각 멜로디는 분명한데, 동시에 부르면 한 곡의 노래가 된다.

두 멜로디가 섞여 하나의 노래가 된다는 것에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멜로디와 섞여 하나가 되려면 먼저 나를 선명한 선율로 만들어라.

하나가 된다는 화음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담을 자격이 된다고 봅니다.

뜻한 삶, 내 삶을 지켜내기 위한 치유의 작품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소개였습니다.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 _ 출처:구글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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