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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Jan 13. 2021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44

아주 색다른 인생을 한 번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그래도 뱀파이어라니 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상대와 인터뷰로 그 길었던 인생을 알아보려는데, 마음에 안 드시나요?



저는 의심이 많아서 뱀파이어가 인터뷰만 하고 순순히 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당연히 무서울 것 같다는 확신만 들고 있죠.

음, 무섭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 청년들과 영화 제작에 관한 대화를 나눌때면, 그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영화 중에 많이 중복되는 내용이 있어요. 혹시 어떤 내용을 주로 지향하는지 짐작이 가세요?



청년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영화 내용 중에 중복된 것? 자유로운 시기니까 일탈을 꿈꿀 것이고, 여행 영화 아닌가요? 이럴수가. 아니군요. 하필 지금 그런 질문하시는 것으로 미루어, 설마? 뱀파이어 영홥니까?

사실 저는 좋아하지 않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청년들 특히 남자 청년들이랑 대화를 나누면 끝내주는 비영화나 뱀파이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친구들이 제법 많아요.


           

예상외예요. 왜일까요? 자극적인 존재라서 매력을 느끼는 걸까요?     

저도 질문해봤는데 하나같이 '제가 만들면 더 잔인하고 음산하게 만들 수 있어요.'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공포영화의 계절 여름이 오면 그때 이 작품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요즘 계절 과일도 구분 없이 언제든 먹는데, 공포 영화 계절을 뭣하러 내가 굳이 구분짓나 싶어서, 또 하나, 혹시 모르잖아요. 누군가는 이 글을 여름에 읽게 될지도. 어쨌든 뱀파이어를 주제로 영화 제작하고픈 청년들이 있다면, 여기, 바로 이 작품. 교과서 같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있노라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하버드대의 교과서에도 실렸던 명작이죠. 원작 소설은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고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좀처럼 소개 안 하시던 장르예요. 뱀파이어와 인터뷰를 한다니.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젊은 시절 모습이 아름답게 담긴 작품입니다. 1994년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찬사를 받는 수준급 명작이에요. 선호하시는 분들께 죄송스럽지만, 저는 뱀파이어를 좋아하지 않고 좀비는 특히나 더욱 싫어합니다. 그러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만큼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죠.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다른 뱀파이어 영화와 특별히 구별되는 점이 있었을까요?

뱀파이어 영화만의 특징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어두움에 살아야 하고, 피를 먹는다는 설정말이에요. 따라서 깜깜한 장소, 다소 무서운 설정, 잔인함이 곁들여질 수밖에 없는 장면들, 그 속의 러브스토리 등이 이어서 따라오곤 했었죠. 스토리만 조금씩 바뀔 뿐 기존의 설정은 그다지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이 작품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처음으로 지성으로 접근합니다. 삶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하죠. 창백하고 외로우며 쓸쓸해 보이는 뱀파이어를 만들어 낸 것도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죽은 후의 삶에 쾌락을 누리는 뱀파이어들을 탈피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산 사람과의 사랑에서, 서로 생존 방법이 다른 것에 대해 갈등하다, 결국 삶과 죽음에 대해 꽤나 심도 깊은 고뇌를 하며, 그것을 뛰어넘는 것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일단 모호하게 말씀드리죠. 진짜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며, 진짜 죽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관객이 생각하게 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창조주가 과연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에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뭔가 근원적인 깊이를 다루고 있네요. 그렇다면 좀 영화가 어렵나요??     

전혀 어렵지 않아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높은 빌딩 어느 방에서 방송작가가 인터뷰를 시작하죠. 상대는 무려 200년을 살아온 흠 잡을 곳 없이 아름다운 청년, 루이에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200년 살았는데도 청년! 벌써 괴리감과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인터뷰하는 작가도 그런 것을 느끼며 루이를 대하고 있어요. 루이를 브래드피트가 맡았어요. 루이는 자신이 어떻게 뱀파이어가 됐는지 이야기하고, 작가는 간간이 메모도 하며 듣죠. 녹음 버튼은 이미 눌러두었어요. 그리곤 루이의 회상 장면으로 이어지죠. 아내와 아이를 잃고 괴로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절망하던 루이를 보여줘요. 그때는 아직 사람이었을 때인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죠. 바로 레스타트. 톰크루즈에요. 직접 보시면 알겠지만 톰크루즈의 역대급 연기를 보실 수 있어요. 연기가 아닌 진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것 같은 차가움에 바로 압도당하실 거예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이야기만 들어도 섬뜩하네요. 무서운 장면이 많을까요?     

있겠죠. 아무래도 뱀파이어를 다룬 영화니까. 그러나 다른 뱀파이어 영화와 비교하면, 육체는 죽었어도 인간이었을 때의 윤리적 도덕적 사고가 그대로 있기에, 죽어서도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고민하는 루이와,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끝없이 살아야 함을 차라리 인정하고 그 안에 충실하며 쾌락을 찾아내려 하는 레스타트를 통한 갈등이 이 영화의 더 큰 묘미예요. 잔인함 무서움보다는 오히려 외로움 고독 같은 것들이 물씬 느껴지는 지성미 갖춘 뱀파이어를 만나게 되실 거예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이미지 출처: 구글



뱀파이어로서의 특징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통해 인간 내면을 더 깊이 다루는 군요.      

이 영화 원작이 작가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라는 소설이에요. 하버드 대학에서는 정확히 철학교재로 사용되었던 것이고, 삶과 죽음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을 짧게 풀면 이래요. 사람은 언젠가 죽죠. 그런데 죽기 전 취미가 사색을 즐기는 것이던 신사 루이는, 죽은 뒤에 뱀파이어가 된 채로 생각합니다. 이 어두움 속에서 자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요. 어둠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라도 자신이 하나의 빛 같은 존재가 되려 해요. 그러나 살았을 때, 아름다운 금발머리 음악가였던 레스타트는 어두움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면 고통스러워 하느니 어두움에 더 깊이 흡수돼 버리겠다고 하죠. 둘을 통해 200년이 흐른 지금도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이유, 곳곳에서 도사리는 어두운 세력이 앞으로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암시를 하죠. 200년이 지난 뱀파이어가 긴긴 삶을 바탕으로 인터뷰하며, 영원히 살아있되 죽은 것과, 스쳐가는 인생으로 죽되 진정 살아있는 것의 정의를 이야기하니, 흘려들을 수는 없는 거죠. 등장인물의 아름다움 때문에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하고 훌륭한 명작, 보시고 나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거예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내 앞에 있는 그녀는 달콤하고 명료하며 곧 나이가 들고 사라질
이러한 순간들을 곧 잃어버릴
그렇기에 더욱 아른아른한 소중한 존재로 비치더군



      

돌아보면 어두운 밤의 시작점에 항상 어두운 소식을 하나 이상은 담고 있는 뉴스가 있었죠.

그 속의 어두운 소식은 앞으로도 아주 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늘 그 가운데는 어둠에서도 빛이 되려는 존재들이 있었죠.

모든 상황이 죽음을 알리고 있어도, 영혼 만큼은 살아있기 위해 몸부림치며 뿌리를 내리던 분들 말이죠.

그런 분들 덕분에 어둠이 이어지는 세상에서, 빛 또한 쭉 이어질 거라 믿습니다.

어두운 걱정과 고민 속에 머물고 있는 분께도 이 작품이 메시지를 주네요.

어쩌면 고민한다는 것이 이미 살아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나는 누군가에게 죽음을 인도하는 자일까요, 내가 가진 빛으로 사람을 살리는 자일까요.

삶과 죽음의 철학을 다룬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소개였습니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_ 이미지 출처 : 구글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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