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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Jan 15. 2021

빛나는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47

무비님. 이번에는 하게 빛나는 인생만나겠군요!     

사람도 영화도 빛나고 있죠. 만나게 될 인생의 주인공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진 소중한 것을 점점 잃어가는 한 남자입니다.

          


누구나 가진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다? 혹시 건강인가요?

건강도 운동하거나 치료받으면 회복되는 병이 있는가 하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찾아와 훌쩍 손 쓸 수 없게 자라 버린 병도 있잖아요.



그런 일은 부디 안 일어나길 바라는데. 그래서 미리 건강할 때 스스로 관리들 잘하셔야 해요. 혹시 <빛나는>의 주인공이 손 쓸 수 없는 병에 걸린 건가요?    

주인공이 잃어가고 있는 소중한 것은 바로 시력입니다.

 

영화 <빛나는>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시력. 그런데 잃어가고 있다는 거 진행형인가요. 아직 조금은 볼 수 있다는 이야기 같은데.

아직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흰 천을 댄 것처럼 뿌옇게 보여요. 보통사람 시야각이 120도인데 주인공 시야각은 좁아서, 한쪽 눈동자로 볼 때 피사체 아주 일부만 보여요. 다시 말해 한쪽 눈을 겨우 맞추어서 상대 얼굴을 보면 흐리게 상대방 한쪽 눈 정도가 보이는 거죠.

 


종이를 돌돌 말아 작은 망원경을 만들어 보듯이, 은 원 사이로 상대방 일부분만 보이는군요? 시력을 잃어가는 영화 중에선 꽤 상세하게 묘사되는 작품 같아요.

2017년 11월 개봉했 일본과 프랑스 합작이었죠.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작품이에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라는 따뜻한 영화의 감독입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 일본 여성 감독인가 봐요.      

주로 아픈 사람들 쪽에 시선을 두는 감독이다 보니, 오늘 영화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시선이 잘 녹아있어요. 따뜻한 영화지만 그 따뜻함을 알려주기 위해 무서우리만큼 그 아픔이 어떤 아픔인지 낱낱이 전달해줘요.



시력을 잃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눈앞의 것들이 하나씩 사라져서 안 보이게 된다면, 아. 그건 정말 상상하고 싶지가 않네요. 세상을 다 잃어버리는 것 같을 텐데.

영화 보면서 정말 무서웠죠. 초점 잘 조절하면 아주 조금은 볼 수 있던 주인공이 마침내 아무것도 못 보는 시점이 오는데, 그 시점이 바로 육교를 건너던 때입니다.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철재로 만들어진 육교 난간을 손을 뻗어 더듬듯 붙잡고는 발을 내딛지 못합니다. 스스로 강인하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떨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오직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손의 촉각. 소리는 들려도 이 상황에선 두려움만 증폭시키는 요소죠. 낄 수 있는 것은 손 끝의 녹슬 거친 철제 시리도록 차가운 느낌뿐이죠. 육교 아래 태연히 달리는 차들로 인해 난간에서 약간의 진동이 느껴집니다. 낭떠러지처럼 가늠할 수 없는 계단 폭 때문에, 조심스레 한 발을 더듬듯 내밀어요. 계단 모서리로 느껴지는 지점에 발을 갖다 댄 주인공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죠. 한줄기 바람이, 허공 어디쯤 그가 있는 건지조차 모르도록 남자를 스치기도 했겠네요.

영화 <빛나는>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아. 정말 두려울 것 같아요. 우리가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일일이 계단 폭을 민감하게 여기며 다니지는 않았으니까요.     

네. 주인공 나카모리는 본래 사진작가였어요. 이제 시력을 잃어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자, 조금 남은 시력마저 잃기 전에 한 모임에 참석을 시작했었죠, 보지 못하는 사람을 위영화를 음성으로 해설해주는 모임이었는데요, 그곳에서 음성 해설가 미사코를 만나게 되었어요.

영화 <빛나는>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앞을 볼 수 없는 분을 위해 영화를 음성으로 해설하는 곳이 있다니 새롭습니다. 그런데 장면을 일일이 해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정말 쉬운 게 아니었. 미사코가 해설 끝내면 참석했던 시각장애인들이 칭찬도 하고 충고도 합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을, 미사코가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해설하자 시각장애인들이 이야기하죠.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당신 주관이지 않아? 등의 불평을 쏟아 놓는 거죠. 더욱 객관적인 장면 설명이 필요했던 거예요. 특히 해설가 미사코와 남자 주인공 나카모리 두 사람 의견이 많이 부딪히게 되는데, 미사코도 스스로는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닐 것 같지만, 이런 영화를 통해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장애에 대해 조금은 더 공감할 수 있어서,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네. 충고를 많이 들은 미사코가 의기소침해 있죠. 그때 한 시각장애인이 이런 말을 합니다.

"미사코. 누군가는 영화 한 편을 통해 삶을 구원받기도 해."

 한마디가 미사코의 가슴에 박힙니다. 한 편의 영화 해설에 더욱 큰 의미를 두게 되는 계기가 되죠. <빛나는>을 통해서 영화가 가져야 하는 힘. 영화가 가져야 하는 선한 힘에 대해 다시 새길 수 있었어요. 세상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다른 감각으로 느껴가는, 그들만의 방식에 대해 제가 알게 된 것 역시 이 영화의 선한 힘이었죠. 먹먹해지고 반성도 되는 작품 앞에서 한 마디를 또 가슴에 담았습니다.

눈 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어.

영화 <빛나는>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앞을 못 보면 걸음이 보통사람보다 느릴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이 영화도 템포가 느립니다. 다소 답답하실 수 있겠으나 그런 영화라 더욱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신 후에는, 주변에 내가 가진 온기를 담아 선한 힘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게 됐죠.

저부터 먼저요. 그렇게 빛나는.

빛을 전하는.

영화 <빛나는>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하여 

영화를 장면 장면 목소리로 해설해주는 영화 해설가와 시력을 잃어 더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사진작가 이야기였습니다.

만일 우리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면 희망이라는 빛보다 더 밝은 빛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영화 <빛나는>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길 바랍니다.

영화 <빛나는>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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