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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Feb 20. 2021

집 밖 세상

봄을 흡입했다.


그래.

인정.


나는 너무했어, 그동안.


인간이면 직립보행을 해야 하건만

가만히 앉아 세상을 이동하려 했어.


두 바퀴에 의존하여 본의 아니게 휠체어에 앉으신 분과

내가,

과연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냐고.


바퀴 네 개 자동차에 앉아서 팔만 빙글빙글 돌려대다가

이제는 또 팔이 아프다며 불평하는 나는,

날개도 안 달린 것이

팔만 휘두르고 다닌 건가.



2014년 이후로 처음이다.

산책이란 것을 했다.


세상이 신기하대.

봄 내음이 바람에 묻어있었고.

후아.

숨 한 번 쉬어주자.


소란스러워 돌아보니

세상에 까치들이 지저귀고 날아오르고

장난 놀이에 난리도 아니다.


어라, 연못이네.

조르르 조르르

물 흐르는 소리가 이토록 마음을 도닥이는 힘이 있었다고?

와아.

다시 한번 크게 숨을 후웁, 들이마시다가

하늘이랑 눈이 딱 마주치네.


파랗다.


그래.

나도 어느 구석에서 이리저리

살아있긴 살아있었나 보구나.



아이들은 여전히 아이들이네.

새로운 필수 현대 속옷 마스크로 얼굴만 가렸을 뿐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공을 차고

뜀박질을 하고

16분음표 스타카토들이다.



폐 속으로 봄이 물씬 들어온다.

싱싱한 외출이다.

아니,

보들보들 산책.



뜻깊다.

오늘.


직립보행을 하였네.

인간임을 명백히 증명하였고,

스스로도 확인해버렸다.


요란 난리법석 새의 지저귐이

하늘 곳곳에서 쏟아져 내리면,


잠자던 개나리들이

건조한 가지 껍데기를
차력으로 뚫고

빼꼼 고개까지 내밀더라.


나오자마자 산소와 결합해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샛노랗고 이쁘대.


이제야 알았네.


산책은 곧 세상이구나.

집 밖은 무궁한 세계였어.


내 폰 갤러리 속에 갇힌 물소리 새소리 아이들소리의 봄 세상

author, SuJi 2021 0220

산책에 접속하니

글이  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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