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가 긴 주전자를 만들며 장인은 기대했다.
저 긴 주둥이를 짙은 커피가 타고 나오는 동안
커피가 담길 아름다운 잔을 음미할 시간을 갖기를.
아름다운 잔을 바라보며,
곧 주둥이 끝에서 흐를 커피를 조금은 더 기대해주기를.
커피가 잔에 떨어져 한 번 휘감기고 채워지는 순간, 피어오를 그 그윽한 향기를 먼저 만나기를.
커피를 전하기 위해 주전자를 들고 있는 사람의
조금은 허공에서 잔떨림이 있을지도 모를
그 정성 어린 손길을 볼 수 있기를.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천천히 잔을 채운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뿌연 김의 낭만을 알기를.
장인은 기대했다.
기다리는 눈빛을.
커피가 마음에 와 닿는 감성의 온도를 느끼기를.
손 끝으로 느끼고
향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며
기다리는 그 시간이
인간의 감성에 채워줄 수 있는 것은
꽤나 강력하다는 것을
주전자를 만드는 장인은
조용히 알리고 싶었다.
기다림의 미학
감성의 온도
그것들이
사람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긴 주둥이에서 나오는
시간이 걸리는 커피는
그들이 앉은 공간까지도
한 번 휘감으며 서서히 감미로움으로 채워놓는다는 것을.
My phone の 갤러리 _ 집 앞 cafe
커피향이 좋은 카페에서,
주둥이가 긴 주전자와 아름다운 잔을 보다가
창밖 풍경을 보다가
다시 주전자로 시선을 옮겼다가
찬찬히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남긴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