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tzMe Feb 28. 2021

세계 제일의 부자

구름 한 스푼에 햇살을 찍어 먹는 차 주인

지나다 만난 멋진 차 한 대.

유아용 씽씽카.


성인용 자전거 대가 텅 비어있는 곳 사이에
깔끔하게도 주차되어 있었지.

주위는 고요했지만 나도 모르게 주변을 빙 둘러봤어.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서.

얼마나 내 것이 귀중했으면
늠름하게 핑브빛 씽씽카를 주차시켜 두었을까.


세상에서 내 것이 최고인
그런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으니까.

'비교'라는 바이러스가
생애에 침투 못 하는
'순수'로 꽉 찬 최고의 시기

세월이 흘러
뼈가 자라는 틈 사이로
잽싸게 컴컴한 것들이 들어와
하와가 따 먹은 열매 효과가 온몸에 퍼져

내 것
남의 것
비교가 되고

난 왜 고작 이거,
원망이 싹트고.
봤니, 나 이 정도야.
허세를 키우는
그때가
오기 전인

싱싱하고
말랑말랑한 시절

그 시절과 닿은 끈을
놓지 않고서
꼭 품고서
결코 안 빼앗기고서
간직하며
끝까지 살고 싶어.
 
햇살과
봄바람과
사람이 지나가면 놀라서 날아가는
잠자리 같은 것들
비 오면
물장구치고
맨발로 흙장난 치고픈 마음 같은 것들하고
골고루 먹으라는 엄마 잔소리
한쪽 엉덩이 들고 빵귀 끼는 아빠 앞에서 깔깔대는 아이들 소리,
짝! 아빠 등짝 때리는 엄마 손과
군고구마 냄새 같은 것들 하고 같이.
새소리
소나기
뭉게구름
나뭇잎 밑에 숨는 개미하고



반듯하게 주차하며
어깨도 으쓱 했겠지.

차 주인은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최고 부자야.

이전 11화 감성의 경이로운 역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