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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20. 2020

문장 수집가의 책 일기 10

일 그리고 또 (사는) 일

요즘엔 저도 9to5로 일합니다. 실제로는 더 되죠. 준비하고, 이동하고, 마무리하고... 그런 와중에 살림까지 하다 보니 일 말고 다른 것은 진짜 하나도 못하겠습니다. 저질 체력이란 문제도 있지만, 9시부터 6시까지 직장에서 일하는 일이란 제겐 너무 힘겨운 일입니다. 새삼 직장맘, 육아맘에 대해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그들에게 자기 삶을 찾으라고 말(혹은 반 강요)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겠다 싶습니다. 이제 그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연(?ㅎ 정말입니다. ㅋ)찮게 일에 대한 문장들이네요. 그런데 일이란 몇 가지 조금씩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직업과 직장을 구분해서 사용하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일과 사는 일은 구분하기보다는 그 의미들이 하나가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는 일에 일이 포함되고, 일을 통해 사는 일이 해결되는 것... 금방 될 쉬운 일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네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무신론자를 위한 성경'쯤?...  제가 경전처럼 모시는 책이 있는데요, 하나는 [어린 왕자]고 다른 하나는 [굿 워크]입니다. 처음에는 '올바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왜 나쁜 일을 하는 게 돼?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아마도 제 머릿속에는 '행동'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것 같고, 그에 대한 자기변명 심리가 발동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되면 바로 해야 하는 이유도 찾아가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 또 다른 경전이 나왔네요. 얼마 전에 다시 읽었는데요, 이번에는 '어른'이란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했지...' 


'자신의 일이 아닌 일을 돌본다'는 문장은 조금 어렵습니다. 쉽게 풀어 얘기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이겠지요. [굿 워크]에서는 더 딱딱하게 정의합니다. 노동의 목적은 태생적인 자기 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라고 말이죠.


요즘에는 콜센터 같은 상담 일이 좋습니다. 문의가 들어오는 대부분의 사연은 뭐가 안되서입니다. 그런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마음먹으니 종종 생기는 진상 건들도 제겐 그렇게 큰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들인데, 받아들여 줘야죠. 저의 도움으로 해결이 되면 기분 좋지만, 해결이 안 되는 일이라면 안타깝고 서운한 일이긴 한데, 그것도 일의 한 부분이니까요. 치료제는 못 돼도, 병균이 되지는 않도록 해야죠.  

레베카 솔닛은 이 책 이전에도 몇 권을 읽었더라고요. [걷기의 인문학]이 잠깐 화제가 되어-아마도 출판 때쯤 이겠지만- 작가를 검색해 봤더니 제가 이미 읽은 책의 저자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걷기를 좋아합니다. 농담이지만, 걷기가 너무 좋아서 지금껏 운전면허를 따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ㅋ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일은 걷는 일이다.'라고 했으면 좀 더 멋진 문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는데, 역시 농담이니까... 패스!


'걷기'라는 것, 그리고 걸으면서 떠오르는 무수한 생각에 대한 공감을 제하고 나면 이 책은 좀 어렵습니다. 그리고 제 취향은 아니라서... 아직은 한 번도 다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 서사적이지 않은 작품이라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다시 읽다 보니 그 의미가 와 닿기 시작합니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사랑의 열정'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 주어, 때로는 낯 뜨거울 정도의 어리석음을 목격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열정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감정적인 것들을 이성적인 잣대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설령 때로는 그것이 부정확하고 잘못된 것일지라도...


생각해보면 '사치'란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첫인상은 무언가 좋아 보이고, 고귀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치'란 필요 없는 것, 아니면 없어도 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하여튼 '단순한 열정'만큼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치일 수 있겠지만,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도망치듯) 마무리해 봅니다.

여기서의 '아이슬란드'는 저기 북쪽의 섬나라이기도 하지만, 어떤 커뮤니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 봐.. ㅎ)


세상에는 역설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무언가 개선이 되었다면 필연적으로 그전에 안 좋은 일들이 있어야 되는 것이죠. 이전에 얘기했던 천국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천국이 아무런 혼돈도 없고 평화로운 세상이라면 그전에 혼돈과 싸움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걸 철학적으로 풀어 보면 '변증법'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전문가나 철학자는 아니니까 그대로 믿지는 마시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만.. ^^;;;)


결론은 그러합니다. 일도 힘들고, 사는 일도 뭐 힘듭니다. 

그래도 힘들어야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기회도 생기고, 기쁨도 생기고, 보람도 생기고, 행복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잠깐 소리 한번 지르고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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