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왜 그렇게 사람들이 갈등 상황에서 계속 힘들어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맞춰주고 양보해주면 그 힘든 감정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렇게들 싸우면서 자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그냥 좀 맞춰주고 양보해주면 안 되나?”
처음 하나가 심리카페에 왔었을 때 해던 말이다. 온화하고 평화주의자 같은 이 말은 하나가 살아야 했던 환경과 하나의 성격을 연결해서 읽고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엄마가 좋아할 만한 아이가 되려고 밝고 긍정적이고 친절한 모습을 갖게 되기 쉽고, 그 밝고 긍정적이고 친절한 모습의 근원은 외로움과 불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늘 집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완화해주는 윤활제 역할, 중재자 역할을 스스로 맡아서 했어요. 엄마가 걱정하고 속상해하고 계시면 기분 좋아질 수 있게 해드리려고 애썼어요. 엄마가 아빠와 싸운 날에는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었어요. 필요하다면 엄마, 아빠가 쏟아내는 감정을 다 받아냈어요. 엄마, 아빠의 감정 쓰레기통을 자청하기도 했었죠. 누군가는 해야 했으니까요.”
하나도 안 좋은 분위기, 불편한 상황에 있는 것을 힘들어 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표정이 안 좋은 사람이 있으면 가서 살펴주고 달래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하곤 했다. 매번 엄마와 아빠가 싸우게 되면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 직업병이 된 것처럼 습관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살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역시 그랬다.
"아무 문제는 없는데, 그런데 걱정이 돼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관계를 좋게 할 수 있는를 알고 싶어요."
하나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고 살펴주고 신경을 써준다. 그래서 뭔가 적극적이고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하나는 자기 자신을 살펴주지는 않았다. 자신의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결핍과 어둠을 덮어버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하나 자신을 뺀 부분에서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였다.
늘 밝은 모습, 밝은 표정, 긍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기분과 감정, 마음은 읽지 않고 살피지 않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중요하지 자신의 기분과 감정, 마음과 생각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관심과 관계에 대한 굶주림에 대한 충족이, 자신에 대한 방치와 무관심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었다.
연애를 할 때에도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즐거울지,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매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고, 늘 상대가 좋아할 사람이 되어주려고 했다.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에게 더 빠지게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그냥 맞춰주고 양보해주면서.
“저를 막 대하고, 쉽게 보고, 저에게 막말하는 남자들과 사귀다가 헤어지고 나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리스트를 적어보았어요. ‘다시는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만나지 말자.’하는 것을요. 그런데 막상 또 누군가 나타나 대시하고 인연이 생기면 저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하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어쩔 수 없나봐요. 지금 남자 친구도 좀 아닌 것을 아는데, 머리로는 아는데 제가 어떻게가 안 되어져요. 상대가 좋아하고 불편해하지 않을 말과 행동, 반응을 해주고 나서 내가 너무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아요. 너무 내 모습이 바보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전 왜 이러는 걸까요?”
"배고품은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이 아니예요. 배고픈 것을 배고프지 않다고 하는 것은 지금의 하나 씨에게는 좋은 방법은 아닌 거 같아요. 하나 씨는 우울이라는 감정 상태를 배고픔으로 전환해서 생각하면 도움이 되실 거 같아요. 우울하게 느껴질 때면, 감정의 배고픔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서 온기와 보살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접할 수 있게 해주세요. 배고플 때 뭐라도 먹을 것을 먹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