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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없는 인생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고

by 연남동 심리카페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하나는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심리카페에 찾아오는 빈도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봉착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도희 씨가 해주셨던 말에서 그 모습을 짐작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저를 잘 모르겠으니깐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저한테 뭐가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 남자친구랑 계속 만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저에게 맞는 일이 맞는 걸까요? 크게 안 맞는 것이 없으면 그게 맞는 것이 되는 걸까요? 전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하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회사도, 안심이 되지 않아 여러가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마음은 계속 불편해지고 일상에 집중을 못하게 되고 마음은 부담과 함께 우울해지는 빈도가 잦아졌었다. 하지만 하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고민에 대해 마음 써줄 여력이 없거나, 공감능력이 없거나, 조심성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뭘 그런 걸 갖고 고민해?', '그래도 넌 좋겠다. 그런 남자친구라도 있어서.', '부럽네, 난 지금 사는 게 진짜 힘든데.'와 같은 말들을 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이 말들이 맞는 거 같아요. 전 우울할 이유가 없는데 괜히 우울해지곤 하는 거 같아요."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우울해지기 쉬워요. 안심과 안정감, 유연함과 기운을 주는 반응들이 아닌 평가적인 말, 분석적인 말들만을 하고 있고, 하나 씨에 대해 헤아려주고 살펴주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이야기나 자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전 그렇게 보이는데요."



누군가를 탓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이런 상황, 이런 상태에 있는 것에 대해 너무 과하게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것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알려드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왜 이런 모습이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해드리고 싶은 것이지, 원망과 비난에 빠져 있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다 이해하고 품는 것 또한 바라지 않는다. 초점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나는 하나가 지금 하나가 과거에 접해야 했던 것과 현재 접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으면 했다.



"뭔가 유별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반응의 말을 듣다 보면 괜히 움츠러들게 되고 의식하게 되죠. 별 말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영향을 주는 말들인 경우들이 많아요.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인 경우들도 많고요. 조건은 하나예요. 내가 어떤 곳에 있는지죠. 나를 유별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과 있으면, 지금 하나 씨가 보여주는 모습과 반응들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하나 씨 지금 충분히 괜찮고 잘 살아가고 있어요. 우울함도 '우울해지지 않고 있기가 더 힘든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사람들 속에 있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울해지곤 하는 것이."


“그러게요. 제가 왜 그렇게 눈치를 보고 있었을까요? 나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해와 동조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데.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나 봐요."



함께 있는 사람에 대해 기분과 감정을 살펴줄 여력과 능력, 그리고 조심성 중, 뭐라도 있으면, 상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말하고, 그래도 넌 좋겠다, 부럽다와 같은 자기 힘든 이야기를 한다거나 평가나 분석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담해오면서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읽고 살펴주는 사람이 많냐 적냐보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잘못된 이해는 너무 빠른 포기와 단념을 갖게 만든다. 하나가 그랬던 것처럼.



선택이라는 건, 여러 가지 중에 나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서 뽑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가 있을까? 너무 막막해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긴장하고 걱정하고 부담감 느끼며 불안해하지 않게 누군가가 결정해주는 것을 따르는 것을 바란다.



사실 하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하나가 하고 있었던 것은 쓸데없는 걱정들이 아니라 중요한 생각들이었다. 나의 관계, 나의 직업에 관해 불편감과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있는데 어떻게 그게 쓸데없는 걱정일 수가 있을까? 중요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쓸데없는 걱정인지, 중요한 생각인지, 헷갈려 하고 있었다. 상대가 느끼는 기분과 감정, 생각과 상태에 무감각하고 관심 없는 사람들은 하나가 하고 있었던 생각을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나는 전과 다른 노력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순응이 아닌 변화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내 심리카페에 와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여러 생각들에 대해 물어보고 작은 시도들을 하려고 하는 것이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이였으면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었으니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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