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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은 두 개니까 동생들 잡아주고 나면 손이 없잖니

by 연남동 심리카페

“엄마 손은 두 개니까 동생들 잡아주고 나면 손이 없잖니.“



하나가 이 말을 해주었던 적이 있다.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였다면서. 어렸을 적, 하나도 아직 어렸을 때부터 동생들에 비해 언니라는 이유로 하나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대우를 받고 있어야 했다. 엄마가 했던 말과 함께 하나의 눈에 보이는 장면 역시 엄마의 말이 맞는 것이였다. 어린 하나는 이런 것으로 서운해 하거나 속상해 하는 것으로 엄마를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그래도 엄마에게 뭐라고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 사이를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니가 중학생이니깐, 다 컸으니깐’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 생각을 했었던 것이 떠오르네요. ‘동생들이 중학생 되었을 때 똑같이 하나 보자’라고요. 당연히 엄마는 언제나처럼 한결 같이 저에게 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동생들을 대했었죠.”



불과 동생들과는 두 살 밖에 차이가 안 났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엄마의 손은 두 개니까 동생들 안아주고 나면 손이 없잖아'라고 생각을 많이 헀었어요."



저 말과 저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 있다. 왜 엄마가 하나의 손을 못 잡아주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말이 아닌, 손을 못 잡아주고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을 것에 대해 헤아려주는 말이 있었어야 한다. 저런 말과 생각은 마치 '니가 왜 기분 나빠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해줄게. 이렇고 이렇고 이러니, 넌 기분 나빠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나는 기분이 나쁜데,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죠.



기분이 나쁘다라는 것이 너무 미성숙한 모습처럼 보일려나요? 그럼 슬프다라는 것은 어떨까요? 우울하다는 것은 또한 어떨까요? 하나는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지나가는 말이나 보여주는 모습에 자신이 얼마나 슬픈지, 우울한지를 내비쳤었지만, 접해야 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런 걸로 누가 슬퍼해? 어린 애도 아니고. 이게 왜 슬프지.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이런 걸로 슬퍼하는 니가 이상한 거야. 누가 이런 걸로 슬퍼해?"

"우울하다고 생각하면, 더 우울해지는 거야. 이럴 때일수록 우울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



하나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런 평가와 판단의 말을 늘어놓는데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슬퍼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나가 어렸을 때 접했던 '엄마의 손은 두 개니까'이라는 말과 생각은 하나의 손을 잡아주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아 느끼고 갖게 될 하나의 기분과 감정, 마음에는 전혀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읽고 살펴준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엄마가 동생들 손만 잡아주고 가서 속상하지 않았어?”

“엄마가 하나 마음 읽어주지 못해서 서운했었지?”



이 정도만큼이라도 하나의 엄마가 하나의 마음을 읽어주고 살펴주셨었다면, 상대에게 이해하려고 애쓰고, 맞춰주려고 애쓰는 삶을 살지 않고 있는 하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싶은 성인 아이의 마음에서 나오는 거절을 잘 못하는 반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필요에 대한 충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 그때 참 서운하고 속상하고 서러운 마음이 컸었지. 참 혼자 고생 많이 했었어. 어떻게 그렇게 견뎌냈는지 몰라. 참 용해. 애 많이 썼겠다.’



이 정도만큼이라도 하나의 마음을 읽어주고 살펴주면서 결핍을 충족시켜 나가면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하게 된다. 심리 정서적 보금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심리 정서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보금자리 부재의 시간은 서운함과 속상함과 같은 서러운 마음을 자꾸 품게 만든다. 더욱이 하나는 첫째이다 보니 온전히 자기 중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더욱이 하나의 엄마는 그런 것을 읽고 헤아려줄 만큼 사려 깊지도 않았다.



보금자리가 없었던 분들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무례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거절하면 너무 마음이 불편해지고, 무례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 갈등이 생기는 것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어쩌면 하나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 이제 그만 힘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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