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는 지하실이 있어요. 캐나다에서 살았었거든요. 여름에는 지하실에 내려가서 생활을 하곤 했어요. 엄청 시원하거든요. 특히 지하실에 있는 트램펄린이라고 점프머신 위에 누워있는 것을 제일 좋아했어요.”
하나는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캐나다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표정이 밝아졌었다.
“지하실에 있으면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전 신경 쓸 것이 없는 편안함이 좋았어요. 집 밖에 나가면 너무 기가 빨리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그래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에게 문자가 오면 어떻게 답장을 해줘야 할지 신경이 많이 쓰여요. 어떻게 말을 해줘야 좋은 것인지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답장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하거나 안 하게 되기도 해요.”
하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어울릴 때, 하나하나 신경이 많이 쓰이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 피곤해서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않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일주일에 두 번만 회사에 출근하면 되고 나머지 요일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되는 시스템이여서 좋다고 했다. 집 밖에 있는 것에 기운이 빠졌던지라 남자친구와도 집에서 데이트를 하곤 한다고 했었다.
"사람들과 있는 것,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 모두 사실 저한테는 신경이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예요. 외로움을 크게 느끼기도 하지만, 혼자 있고 싶어 해요. 그런데 회사가 다음 연도부터 주 5일제로 전환하려고 해서 그것이 너무 걱정이 돼요. 너무 피곤하고 진 빠질 것 같아서요. 혼자는 싫은데 혼자이고 싶어요."
하나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너무도 도도하고 당당하며 여유로워 보였지만,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전 살기 위해서 최근에 필라테스를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두 번 회사 가는 날에 가고 있어요. 너무 혼자 있고 싶어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집에만 있다 보니 몸에 코어가 약해져서 허리가 아파지더라고요. 몸을 안 움직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지겠더 싶었어요.”
남자친구 역시 밖에서의 데이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여서 그런 점이 좋았다고 했다. 만약에 남자친구가 너무 같이 있으려고 했으면 힘들어했을 것 같다며 혼자는 아닌데, 혼자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라고 헀다.
"전 아이러니한 모습들이 있어요.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의존적이지는 않은데 적극적이고 싶지도 않아요. 내향적인 것 같은데 외향적인 것들을 좋아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단양에 가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양양에 가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부산에 가서 맛집들을 다니기도 해요. 이상하죠?"
"제가 보기에 하나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상대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 실망하지 않는 모습, 부족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뿌리 깊게 갖고 있어서 신경 쓰느라 기가 빨리고 진이 빠지는 것 아닐까요? 사실 이상하지 않은 모습인 것이죠."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펴주고 있느냐인 것 같다. 그런데 하나는 그러는 것이 많이 서툴고 잘 몰라 했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에 대해 읽고 살펴주지 않고 있었고, 오히려 더 어떠어떠 해야 한다는 생각들만 더 갖게 만들고 있었다. 하나에게 나름 충분히 잘 생활하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너무 필요했었다. 불필요하고 이상한 걱정을 심는 것들을 뽑아내야 건강해질 수 있는 구조 속에 있었는데, 그렇게 할지 방치를 할지는 하나에게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