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이렇게 게으르니?”
하나는 엄마에게서 자주 들었던 말이 이것이였다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자주 쓰는 말이였어요. 엄마는 항상 모든 반듯하고 정확하고 바쁘셨어요. 엄마에 비해 저는 게을렀죠.”
그림검사 내용에 있는 내용들과 들려준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게으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는데, 게으르다는 말을 하도 들으니까 그냥 그런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래 비해서도 게으른 편이신가요?”
“아니요, 보통 또래들에 비해 전 게으르지 않아요.”
“그럼 또래 비해 게으른 편이 아닌 모습에 대해 지적을 받곤 할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네? 어떠긴 어때요. 기분 안 좋죠.”
“네, 기분이 안 좋으셨겠죠. 어떤 것 때문에 어떻게 안 좋으셨나요? 하나 씨가 그럴 때의 기분을 잘 읽으셨으면 해요.”
“어… 그게…”
하나는 기분을 읽어볼 수 있게 도움이 필요했었다.
“기분을 읽는다는 것은 맛 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도 그냥 맛있다, 맛없다. 라고 말할 수도 있고, 짜서 먹기 불편하다, 느끼해서 음식 맛에 집중할 수 없었다, 채소가 너무 익혀서 식감을 느낄 수 없었다, 고기가 덜 익어서 삼키기가 힘들었다 등 어떤 점 때문에 맛이 어땠는지를 말할 수도 있죠.”
하나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을 했다.
“억울했어요. 그리고 답답했고 서럽기도 했어요. 전 그렇게 게으른 것도 아닌데 게으르다고 말을 하며 들들 볶으시니까요. 그리고 저도 집에서는 좀 편히 쉬고 싶은데 집에 와서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답답했고, 어떨 때는 저에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힘들어 하고 있을 때에도 이래라 저래라 하시니깐 나는 그런 엄마를 두고 있다는 것이 서러웠어요.”
게으르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어머니의 게으르지 않은 모습을 보며 자라다보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게으르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그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과 그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의 부모님 모습에 대해 보고 들어 알게 되면서 한번씩 생각해보게 된다.
‘아, 내가 엄마가 말하고 지적하는 것처럼 게으르지 않은 것이구나’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안다고 자신을 건강하게 잘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저항이 강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처럼 자신의 존엄보다 좋은 관계, 모두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분들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만큼의 동기를 갖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우리가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동기가 필요한데 그 동기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하나는 자신의 기분에 대해 읽지 않고 살피지 않고 덮고 숨기고 치워버리며 자신을 당장 불편하지 않은 상태에 있게 하는 선택들을 해온 점이 변화를 위한 동기를 갖기 어렵게 만든다. 사실은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고 서럽기도 했는데, 그런 기분은 하나 자신도 읽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고 피해버리게 자꾸 길들여져 갖고 그런 길들임에 거부나 저항을 하지 않았다. 거부하고 저항하면 분위기만 나빠지고 자신도 불편해지니까 그냥 참고 눈치를 보는 쪽을 선택했다.
“울면 방 안에 넣어놓고 울음이 그치면 열어주었어요. 집이 엄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제가 말을 잘 못해요.”
하나의 부모님이 행한 모습에 대해 이해를 한다 하더라도 마음에 안정감을 가지는 것을 힘들다. 이해와 공감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하나에게 있어서 자신의 기분을 읽고 살펴주는 것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걸 왜 못해?라는 그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 방치와 방임의 시공간에 있었던 분들의 모습이 되곤 한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는 것을, 자신을 읽어주고 살펴주는 환경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에 대해 읽고 살피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고 길들여져 있고 자신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하나 씨가 하나 씨 어머님이 얘기해주신 것과 달리 게으르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어머니에 비해서만 게으른 것이지, 일반적으로 게으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인식에 균열을 주고 계속 질문을 던지면 그 인식이 깨지는 것은 시간 문제죠. 그리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판단한 선택과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게으르다는 말을 들을 때 갖게 되었던 억울함, 답답함, 서러움이라는 기분을 음미하며 읽어보세요. 왜냐하면, 불쾌함과 불쾌함이라는 기분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힘을 우리에게 주거든요."
상담을 해드리다 보면, 방법을 몰라서 행동을 못하고 있어서보다 힘과 에너지가 없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자꾸 나를 길들이려는 말과 반응이 주어지는 상황을 접하고 있다보면, 자신의 기분을 제대로 읽기보다 불편한 갈등 상태에 있지 않게 해주는 선택을 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기가 쉽다. 그러면서 하나 둘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생겨진다.
“항상 전 할 일을 알아서 잘 해야 했어요. 계속 애써야 했어요. 잘 하기 위해 애써야 했고, 게으르지 않은 모습이기 위해 애써야 했고, 밝은 모습이기 위해 애써야 했죠. 그러는 게 저와는 다른 모습인 걸 전 알아요. 전 그냥 눈치 많이 보고 주변 반응에 의식 많이 하고 영향도 많이 받는 우울한 사람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