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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Aug 08. 2019

혼밥을 좋아하세요?


왠 케케묵은 유행 지난 혼밥 타령이냐. 싶겠지만 요즘 계속 혼밥 하면서 이렇게 혼밥 하는 사람이 많았구나 생각했다.



3년 전쯤 티브이에서 한창 혼밥, 혼술이 유행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하는 무언가는 자신을 사랑하는 쿨한 방법인 것처럼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로 궁금했다. 진짜 온전한 자신의 시간을 위해 혼밥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생기면 혼밥도 느낌 있다.




근 한 달간 일 때문에 강남을 오가며 점심을 혼자 먹었다. 예전이었다면 절대 혼자 먹지 않았겠지만 2년간의 세계여행이 남의 시선에 관대 해지는 법을 알게 해 준 걸까. 아니면 식당에 혼밥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진 걸까.






처음엔 버거킹, KFC를 전전했다. 패스트푸드답게 주문하면 빠른 속도로 음식이 나왔다. 길면 15분 짧으면 10분 이내에 혼밥이 가능했다.


한 가지 문제는 사람이 몰리면 자리를 맡아줄 사람 없는 혼밥러들은 주문한 햄버거를 받은 뒤 자리를 뺏기기도 하고, 남는 자리가 없다면 햄버거를 들고 테이블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자리가 생기길 기다려야 한다.



이때가 소름 돋게 뻘쭘한 순간이다. 이 상황을 한 번 겪은 후 패스트푸드는 끊었다.



강남의 식당들은 혼밥용 테이블이 존재했다. 벽면에 바 형식의 긴 테이블을 두고 의자를 하나씩 배치한다. 설령 가게의 중앙에 혼밥 좌석이 있다 해도 가림막을 둔다. 혼자 온 사람들은 자연스레 앞이 막혀 있는 혼밥용 테이블로 가서 앉는다.



벌 받는 거 아니죠? 답답해..



나는 혼밥용 테이블이 너무 싫다. 이유를 들자면 좁다. 남들 시선이 불편하니 사방으로 가림막이 있는 곳도 있다. 막혀있어 시선이 답답하고 테이블 아래 공간도 비좁아서 무릎이 벽에 닿는다. 나에겐 감옥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갈 때 2인용 테이블에 앉아도 되냐고 여쭤본다. 안된다고 하면?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 앞의 테이블이면 앉아서 먹지만 감옥 같이 막혀있는 테이블이면 다른 식당으로 간다. 그렇지만 내가 점심을 먹는 시간은 보통 점심시간을 비껴가기 때문에 대부분은 아무 곳에 앉으라고 해주신다.



이렇게 불편한데 다른 혼밥러들은 어떨까?



귀에 이어폰을 꼽고 핸드폰을 보면서 밥을 먹거나 시선을 음식에서 떼지 않고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친 후 자리를 뜬다. 셀프바에 밑반찬도 있어도 가져다 먹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주문. 최대한 빨리 식사. 최대한 빨리 식당을 떠난다. 이 세 가지 공식에서 벗어나는 이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입 속으로 욱여넣어 빨리 먹고 가자.



이렇게 되니 정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나를 위한 혼밥을 하는 사람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럼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보자.



점심 먹기 한 시간 전부터 메뉴를 고민한다. 오늘은 날씨가 더우니까. 얼음 동동 띄운 초계국수 먹을까? 아니면 중국식 냉면? 아니다. 시원한 메밀국수가 좋겠다.



혼밥의 가장 큰 장점. 메뉴를 내 맘대로 고를 수가 있다. 만약 내가 선택한 집이 맛집이 아니었어도 상관없다. 친구 혹은 동료와 같이 왔다면? 크게 불편할 일은 아니지만 내 선택을 따라준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겠지. 직장상사와 함께라면?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나 혼자 메뉴를 정하고, 할 일이 있으면 스스로 시간을 조율하고 내가 배가 고픈 시간에 맞춰 음식을 즐긴다. 가끔은 비싸도 상관없다. 모든 건 내 맘대로다. 점심시간은 말 그대로 온전한 나의 시간이 되었다. 



내 속도에 맞게 천천히 밥을 먹으면서 음식에 집중할 수가 있다.



한 입. 한 입. 혀에 신경을 집중한다. 식감은 부드럽군. 달짝지근한 게 간장은 맛간장을 썼나? 혀에 감칠맛이 깔끔한 게 조미료는 쓴 것 같지 않다. 오 쌀은 국내산이네. 이천쌀보다는 철원쌀이 좋은데. 그건 좀 아쉽군. 김치는 중국산이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다음에 또 와서 다른 메뉴를 먹어봐야겠다.


이거다! 이게 바로 혼밥의 매력이구나. 오롯이 나와 음식 둘만의 시간. 혼밥은 이렇게 즐기는 거였다.  



그래서 혼밥을 즐기게 되었냐고? 

아니 그래도 난 혼자 보단 둘이 먹는 밥이 좋다. 아직 나에겐 혼밥의 기쁨보다는 함께먹는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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