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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이불 Nov 10. 2019

저길 오르면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아

달빛 예찬 : 예뻐서 애가 탄다는 감각

#1

예뻐서 애가 탄다는 감각,

달에게로부터 가장 처음 배운 것 같다.

닿지 못할 영원한 아름다움.

어젯밤 꿈속에서 열병을 앓던 나를 

달래는 음성은 달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그에게서 오래 행복하라는 말을 세 번 들었고,

진심의 향에 취해 그 말을 기쁘게 삼켰다.


#2

달은 그대가 비춘 상인 듯하여,

홀로 오래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려다봅니다.

오늘은 나의 진심이 숨을 곳을

잃었으면 좋겠습니다.


#3

오늘 밤은 하나, 둘 

이어가던 

말을 줄이고 

짙은 여운으로 남겨둘 것.

남은 마음은 달이 받아 전할 테니까요.


#4

달맞이 시소 타러 갈래요?

반대쪽에 앉아주세요.

달의 온도만큼 차갑게요.

달의 밝기만큼 환하게요.

이제 시작해요. 놀라지 말아요.

기울어져 있던 만큼 

시공간이 휘어요.

밤새 나랑 타고 놀아요.

놀라지 말아요.

파랑새의 날갯짓이 어깨에 스칠지도 몰라요.

울지 말아요.

저 달의 크기와 온도는 지금 뿐인 걸요.

그대 앞의 저 역시도요.

그리고 무엇보다 환한 당신도요.


#5

"밤에 예쁜 것들은 

어째서 이토록 시리고 슬픈 것이지요."

하고 물으니 

"그래서 네가 이토록 슬픈 것이구나."

하고 너는 다정한 목소리로 울었다.


#6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층층이 쌓여

내가 있고 그대가 있지요.

그러니 생이 깃든 모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7

흔들리는 기호를 쫓지 말고

내면의 심지를 들여다봅니다.

평범한 일상이 소중해지는 순간들,

마음을 나누는 밤.

울 곳을 지켜냅니다.


#8

'저길 오르면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아.'

나의 달. 나의 소망.


#9

알고 있나요.

미처 전하지 못했던 진심은

달의 뒤편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솜조각


https://brunch.co.kr/@apieceofsom/4

  글, 사진 솜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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