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2
언젠가 둥이들이 엄빠 품을 떠나 살아가는 날이 오겠지. 그렇더라도 편의점에서 삶은 달걀과 삼각김밥을 먹을 때, 또는 심심해서, 아니면 머리를 식히려고 스도쿠를 풀 때 아빠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아빠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토요일 오전에는 수영장 가기 전에 항상 편의점을 들른다. 수영 강습이 12시라 점심을 먼저 먹기는 부담스럽고, 또 안먹으면 허기져서 수영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가는게 이제 루틴이 됐다. 유준이는 항상 참치마요 삼각깁밥을 고르고, 우재는 삶은달걀 두개를 먹는다. 음료수는 뿌니뿌니와 쿨피스를 거쳐 요즘은 모구모구를 마신다. 가끔 우재가 멀미를 해서 먹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편의점은 거르지 않는다. 그건 이제 그냥 루틴이니까.
요즘 아빠는 또 하나의 루틴을 만들고 있다. 바로 둥이가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자러 들어가기 전에 스도쿠를 한문제씩 풀어보기. 지난주 어린이대공원에 갈 때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려 풀어봤는데 아빠도 재밌고, 둥이도 재밌었다. 그래서 이제는 자기 전에 꼭 한번씩 풀기로. 이제 '쉬움' 단계를 지나서 '보통'으로 진입. 앞으로도 '어려움' '전문가' '마스터' '극한'의 단계가 남아있지만, 셋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본다면???? 사실 아직 '보통'도 어렵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수영 강습도 끝날 것이고, 어쩌면 둥이들이 아뻐없이 혼자 다니는 날이 먼저 올지도 모르겠다. 스도쿠도 아빠보다 잘 풀기 시작하면 아빠가 필요없겠지. 그래도 아빠가 둥이들에게, 작지만 평생가는 기억을 만들어준 것 같아 내심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