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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6Zm0Bv6WjaA?si=Yfp9SCQWwD4CmrIE
안녕하세요. 게임하는 심리학자 허용회입니다. 이번 게임은 타카하시 명인의 모험도입니다. 유명한 게임 원더보이의 패미컴 이식작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저는 어렸을 때 주로 패미컴을 갖고 놀았기 때문에 원더보이보다는 모험도 쪽이 더 익숙하네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모험도를 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다양한 과일들, 그리고 다 소진되면 죽는 게이지입니다. 게이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계속 과일을 먹어 보충을 해 줘야 합니다. 과일을 먹으면 차는 걸로 보아 이 게이지는 아무래도 포만감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긴 하네요. 다 떨어지면, 굶어 죽는다는 설정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 게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과일 하나 먹어봤자 게이지가 매우 조금 차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에 뜨는 족족 부지런히 먹어줘야 하죠. 하나만 먹어도 게이지가 많이 차도록 해도 될텐데, 그게 더 유저 입장에서는 편할텐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만든 걸까요?
우선 저는 요즘 모바일 게임들을 떠올렸습니다. 과금 유도하는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다양한 종류의 재화가 있고, 초보 유저들에게는 별의별 명목으로 이 재화들을 퍼줍니다. 튜토리얼 봤다고 보상 주고, 클릭 잘했다고 보상 주고, 스테이지 깼다고 보상 주고, 하라는대로 잘 했다고 보상 주고, 아무튼 뭔가 막 줍니다. 이렇게 계속 뭔가 받고 받고 또 받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유저들에게 만족감과 몰입감을 제공하죠.
모험도의 과일들도 그런 느낌을 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러 보상을 잘게 쪼개서 만족감을 더 높이는 거에요. 즉, 과일들을 주고 또 주고, 계속 주고 먹게 함으로써 즉각적으로 보상을 받는 기분과, 만족감을 배가시키는 겁니다.
저는 모험도의 정체성을 ‘스피드’라고 보는데요, 게임에 등장하는 과일은 긴박감, 속도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안 먹으면 실시간으로 계속 게이지가 떨어지니까, 유저들은 마음이 급해져요. 빨리 먹어야 하는데, 슬슬 과일이 떠야 하는데, 저거 못 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게임 시작부터 나도 모르게 몰두합니다. 게이지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빠른 이동이 강제됩니다. 천천히 피할 거 다 피하고, 구경할 거 다 구경하다보면 굶어 죽거든요.
모험도의 정체성이 ‘스피드’라는 걸 잘 나타내주는 장치들은 더 있습니다. 일단 스케이트보드가 있죠.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속도는 더 빨라지고, 강제로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스테이지 중에서는 물가와 구름 발판이 나오는 곳이 있는데, 평지도 아닌, 심지어 이 물가 스테이지에도 스케이트보드가 나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낙사할까 무서워서 여기서는 스케이트보드를 안먹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시도해보니까, 여기서도 스케이트보드가 스릴 만점이더라고요. 스케이트보드 탄 상태로도 깰 수 있으니까 배치해 둔 걸 겁니다.
다음으로 언급할 것은 천사, 그리고 악마입니다. 알을 깨서 천사를 먹으면 일정 시간 무적상태가 되고, 악마를 먹으면 일정 시간동안 게이지가 빨리 소진되는 페널티가 주어지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천사든 악마든 모두 유저의 스피드한 진행을 부추긴다는 겁니다. 천사는 아시겠지만, 무적 상태이니까 유저가 적이 있든 말든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악마는 어떨까요? 게이지가 평소보다 더 빨리 떨어지니까, 유저의 입장에서는 과일을 더 빨리 먹고 게이지를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집니다. 그래서 더 빨리 달리고, 움직이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쓰게 만들죠.
모험도의 과일들을 보면서 저는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동전을 떠올렸어요. 어느 정도 비슷한 역할이면서도 또 서로 다른데요, 먼저, 즉각적인 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은 둘 모두 동일합니다. 그러나 슈퍼마리오의 동전은 유저의 이동 동선을 유도하는 표지 역할을 좀 더 강하게 가져가는 반면, 모험도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듯 긴박감과 속도감을 유도하는 역할로 주로 활용되고 있죠.
이 차이는 슈퍼마리오와 모험도의 플랫폼 구성을 비교해보면 더 쉽게 와닿을 수 있는데요, 일단 슈퍼마리오는 3단 이상의 상하 개념이 구현된 스테이지를 제공합니다. 유저들은 마리오를 조종해 적극적으로 점프해서 위로 올라가야 하고, 또 하수구를 통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슈퍼마리오의 기획자는 보상이 될만한 아이템, 비밀장소 등을 아래, 가운데, 위 다양한 구역에 숨김으로써 유저가 맵을 보다 다채롭게 탐색하도록 했죠.
하지만 모험도에서는? 물론 발판이 등장하긴 하지만 슈퍼마리오처럼 횡스크롤 맵을 위아래로 다양하게 탐색할 유인은 없습니다. 과일은 대개 1단 점프로 닿는 거리에 스폰되며, 장비나 아이템이 나오는 ‘알’은 항상 주인공이 달리는 바닥에 등장하니까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험도의 과일들은 맵의 탐색을 유도한다기보다는, 속도감을 살리는 데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슈퍼마리오에서 동전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보너스 수준에 그치지만, 모험도에서는 목숨을 유지시키기 위한 필수 장치이니, 이 부분에서도 두 게임의 기획자가 각각 무엇을 노리고 설계했는지, 그 차이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 이번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가급적 짧게 만들려고 했는데, 욕심이 나다보니 좀 길어진 감이 있네요. 이런 느낌의 분석, 접근이 마음에 드신다면 구독과 좋아요, 공유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뤘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그밖에 해당 작품에 관한 여러분의 흥미로운 의견들도 매우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