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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보이지 않는 신호들, 그 총합 (긍정적 증거)

퍼펙트 큐(Perfect Cue): 보이지 않는 신호들

by 잇쭌


7가지 부정적 증거가 사라지고, 7가지 긍정적 증거(Theme 1)가 채워진 '송정옥'. 고객들은 "왠지 모르겠지만, 이 집은 '진짜' 같아"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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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60년 전통 송정옥입니다."


박 여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어색했지만, 새로 입은 단정한 흰 셔츠와 짙은 갈색 유니폼(인간적 증거)은 그녀를 '홀 매니저'처럼 보이게 했다.


이태웅은 주방에서 홀을 바라봤다. 차현서의 '처방'이 내려진 지 꼭 일주일째. 가게는 완전히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입구에서는 거대한 가마솥이 구수한 김을 뿜어내며 행인들의 코를 자극했다(물리적/후각적 증거). 깨끗하게 닦인 통창 너머로, '예약석' 팻말 덕분에 '만석'처럼 보이는 홀의 활기가 전해졌다(사회적 증거).


'딸랑-'


새로운 손님이 들어섰다. 20대 중반의 여성. 손에는 전문가용 미러리스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맛집 블로거' 혹은 '인스타그래머'. 차현서가 말했던 '새로운 타깃'이었다.


"어... 자리가 없나요?"


여자는 '만석'처럼 보이는 홀을 보고 망설였다.


"아, 지금 막 한자리가 났습니다. 이쪽으로..."


태웅은 현서의 매뉴얼대로, 일부러 막아두었던 창가 자리를 '방금 난 척' 안내했다.


여자는 자리에 앉으며 흥미롭다는 듯 가게를 둘러봤다. 그녀의 시선은 휑했던 벽에 걸린 '송정옥 60년 스토리보드'(정보적 증거)에 멈췄다. '3대째 이어온...' 그녀는 카메라를 들어, 벽의 스토리보드를 먼저 찍었다.


"메뉴판... 드릴까요?"


태웅이 긴장하며 물었다.


"아뇨, 이미 밖에서 봤어요. 곰탕밖에 없던데요?"


여자가 웃었다.


"그래서 들어왔어요. '진짜' 같아서." (심리적 증거)


태웅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진짜 같아서'.


차현서가 했던 말이 정확하게 실현되고 있었다.




박 여사가 물과 김치를 들고 다가왔다. 어제와 달리, 쟁반을 두 손으로 들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녀는 현서가 코팅해 준 작은 스크립트 카드를 힐끗 보며, 어색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저희는 60년 전통의 곰탕 전문점입니다. 곰탕 보통으로 드릴까요, 특으로 드릴까요?"


"특으로 주세요. 그리고... 아, 수육도."


여자는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잠시 후, 이태웅이 직접 끓인 '특' 곰탕이 나갔다.


박 여사는 쟁반을 내려놓으며, 연습한 대로 마지막 대사를 읊었다.


"뜨겁습니다."


그녀는 손님과 눈을 맞췄다. (인간적 증거)


"12시간 정성으로 고아 낸, 송정 곰탕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여자는 '쿵' 소리 나게 그릇을 내려놓던 어제의 박 여사가 아닌, 단정하고 전문성 있는 '매니저'의 응대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숟가락을 들기 전, 카메라를 먼저 들었다.


음식 사진만 찍지 않았다.


정갈하게 놓인 놋수저, 가게의 로고가 박힌 냅킨, 벽의 스토리보드,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마솥까지.

그녀는 '맛'을 찍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입 떠먹었다.


"..."


그녀의 눈이 커졌다.


'맛있다.'


이태웅은 그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맛'이, 드디어 고객에게 가닿았다.


가마솥(물리)이 손님을 불렀고,


스토리보드(정보)가 '진짜'임을 알렸고,


단순한 메뉴(심리)가 '전문가'임을 증명했고,


박 여사의 응대(인간)가 '정성'을 전달했다.


이 7가지 '긍정적 증거'가 완벽하게 조율되어, 손님의 '기대 가치'를 최고로 높여놓은 순간.


이태웅의 '완벽한 맛'은 그 기대를 뛰어넘는 '감동'이 되었다.


"저기요."


여자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박 여사를 불렀다.


"여기... 너무 좋은데요?"




그날 저녁.


차현서가 설계했던 '인위적인 웨이팅'은 필요 없었다.


오후 7시, 그 여자의 인스타그램에 '숨겨진 60년 노포 맛집'이라는 포스팅이 올라간 직후, '송정옥'의 입구에는 단골이 아닌, '새로운 손님'들이 스스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송정옥'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생긴 '진짜' 줄이었다.








14화에서 계속......




[차현서의 컨설팅 노트] #13


'맛집'이란 '맛있는 집'이 아니다.


'맛있을 것이라는 7가지 긍정적 증거'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집이다.


① 가마솥(물리)이 고객의 '본능'을 자극하고,

② 60년 스토리(정보)가 '이성'을 설득하며,

③ 단순한 메뉴(심리)가 '전문성'을 보증하고,

④ 대기 줄(사회)이 '안전함'을 증명하며,

⑤ 깔끔한 유니폼(인간)이 '신뢰'를 주고,

⑥ 지금 끓는 솥(시간)이 '신선함'을 약속하며,

⑦ '노포'라는 정체성(문화)이 '가치'를 만든다.


이 7가지 '긍정적 증거'의 총합이 고객의 '기대 가치'를 최고로 높였을 때,


비로소 당신의 '맛'은 '평가'가 아닌 '감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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