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옥'은 핫플레이스가 된다. '맛'만 알던 태웅은 '경영'의 맛을 본
'송정옥'은 핫플레이스가 된다. '맛'만 알던 태웅은 '경영'의 맛을 본다. "현서 님, 이 '맛'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순 없을까요?" 2막이 내리고, 새로운 숙제가 주어진다.
"사장님! 14번 테이블 수육!"
"특 곰탕 두 개 포장! 10분 걸린다고 말씀드려!"
이태웅은 쉴 새 없이 뚝배기에 육수를 토렴했다. 주방은 전쟁터였지만, 그 소음은 3주 전의 그 '정적'보다 백 배는 달콤했다.
홀은 만석이었다. 아니, 홀은 언제나 '설계된' 만석이었다.
하지만 가게 밖은 달랐다.
차현서가 설치한 '웨이팅 태블릿'의 대기 목록은 20팀을 넘어가고 있었다. '진짜' 줄이었다.
그날, 맛집 블로거의 포스팅이 올라간 이후, '송정옥'은 SNS에서 '가마솥이 입구에 있는 60년 찐 노포'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이 사라진 가게에, '긍정적 증거'들이 완벽하게 조율되자, 이태웅의 '맛'은 날개를 달았다.
사람들은 현서의 의도대로 '가마솥'(물리)을 찍고, '스토리보드'(정보)를 읽었으며, '단순한 메뉴'(심리)에 감탄했고, '웨이팅'(사회)을 기꺼이 감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박 여사의 정중한 '환대'(인간)와 함께 '완벽한 맛'을 경험했다.
이태웅은 더 이상 주방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그는 육수를 끓이면서도, 홀 전체를 '경영자'의 눈으로 바라봤다.
'테이블 회전율... 40분. 웨이팅 고객 이탈률... 30%.'
그는 자신도 모르게 '차현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맛'이 아니라 '시스템'을 보고 있었다.
"현서 님."
그날 밤,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마감 정리를 할 때였다. 차현서는 여느 때처럼 구석 테이블에서 태블릿으로 일일 매출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네, 사장님."
"오늘... 50팀이 그냥 돌아갔습니다."
태웅이 젖은 행주를 쥐며 말했다. 예전의 그였다면 '재료 소진'이라며 뿌듯해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50팀이면... 100그릇입니다. 제 육수를 맛보지도 못하고, 1시간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돌아간 손님들입니다."
현서가 태블릿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회적 증거'가 과열되면, '기대'가 '불만'으로 바뀝니다. 확장할 때가 된 거죠. 2호점을..."
"아니요."
태웅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2호점은... 안됩니다. 이 '맛'은 제가 아니면..."
그는 여전히 '장인'이었다. '맛'의 복제는 그에게 허락되지 않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가 현서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은 '요리사'의 고집이 아닌, '경영자'의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맛'을... 이 가게에 오지 않고도 경험하게 할 순 없을까요? 이 '줄'을 서지 않고도... 더 많은 사람에게 '송정옥'을 전달할 순 없겠습니까?"
'맛'만 알던 이태웅이 '경영'의 맛, '확장'의 맛을 본 순간이었다.
차현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기다렸던 질문이었다. '요리사'가 'CEO'로 변모하는 순간.
"사장님. 하나의 성공한 매장은 '완성'이 아닙니다."
그녀가 태블릿 화면을 돌려, 두 개의 빈 페이지를 띄웠다.
"그건 '플랫폼'입니다. 이제 진짜 경영을 시작할 때죠."
현서가 첫 번째 페이지를 가리켰다.
"여기, '송정옥'의 '맛'을 복제해, '환대'없이 전국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걸 '언박싱(Unboxing)'이라고 부릅니다."
그녀가 두 번째 페이지를 가리켰다.
"그리고 여기, '송정옥'의 '철학'을 복제해, '맛'을 넘어선 최고의 '경험'으로 파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걸 '환대(Hospitality)'라고 부릅니다."
배달(HMR)과 파인 다이닝.
'송정옥'이라는 플랫폼 위에 세워질, 경험 설계의 두 극단이었다.
"사장님은,"
현서가 물었다.
"어느 쪽으로... '증명'하고 싶으십니까?"
이태웅의 시선이 두 개의 빈 페이지에 머물렀다. '송정옥'의 2막이 내리고, 3막의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15화에서 계속......
하나의 성공한 매장은 '완성'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그것은 더 큰 비즈니스를 위한 '사회적/심리적 증거'를 확보한 '무대'다.
'맛'만 알던 장인이 '데이터'를 읽고 '시스템'을 이해하면,
그는 '요리사'에서 '경영자'로 진화한다.
'매출'이 아닌 '가치'를 고민하고, '현재'가 아닌 '확장'을 질문한다.
진짜 경영은, 첫 번째 '줄'이 생겼을 때부터 시작된다.
이 브랜드를 어떻게 '복제'하고 '확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