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큐(Perfect Cue): 보이지 않는 신호들
'대청옥'의 '깨진 유리창'이 드러난다. 조잡한 정보, 교육되지 않은 직원(부정적 인간 증거). 고객은 '가짜 증거'를 본능적으로 구별하고, '진짜' '송정옥'의 '긍정적 증거의 총합'(Theme 1)을 알아본다.
"현서 님! 이게... 이게 말이 됩니까!"
차현서의 "아무것도 안 한다"는 선언이 무색하게, '대청옥'은 거대 자본의 힘으로 시장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오픈한 지 불과 2주 만에, 네이버 플레이스의 '강남 곰탕 맛집' 검색 결과 1페이지를 '대청옥'의 파워블로거 리뷰가 도배했다.
"입구 가마솥부터 포스 작렬! 60년 전통의 부활?"
"인생 곰탕 등극! 메뉴가 곰탕, 수육 딱 두 개! 찐 전문점!"
태웅은 태블릿을 들고 '송정'의 공사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차갑게 벽의 재질을 살피던 현서에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이것 보십시오. 블로그 리뷰 400개입니다. 우리 '송정옥'보다 많아요! 우리가 3주 걸려 만든 '긍정적 증거'들을, 저놈들은 2주 만에 '돈'으로 다 사버렸다고요!"
'송정옥'의 매출은 눈에 띄게 줄었다. 웨이팅 라인이 반으로 줄었다. '가마솥 노포'라는 '키워드'를 '대청옥'에 빼앗긴 결과였다.
"현서 님 말대로 가만히 있다간... 다 뺏깁니다. '진짜'가 '가짜'에 지는 게... 말이 됩니까!"
차현서는 태웅의 태블릿을 보지도 않고, 자신의 태블릿을 켰다.
"셰프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저건 '고객'이 아닙니다. '광고업자'죠. '진짜 고객'의 목소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가 켠 것은 네이버의 '블로그' 탭이 아니었다. '방문자 리뷰' 탭이었다.
"블로거는 '돈'(정보적 증거)을 받고 글을 씁니다. 하지만 '방문자'는 '경험'(물리적/인간적 증거)을 하고 글을 쓰죠."
'대청옥'의 방문자 리뷰 페이지.
초반의 5점짜리 호평(광고)이 지나가자, 최근 며칠 사이 1점, 2점짜리 '진짜' 리뷰들이 폭발적으로 쌓이고 있었다.
(별점 1점) / "낚였습니다."
"블로그 보고 갔는데, 입구 가마솥... 그냥 '장식'이네요. 김만 나옴. 육수에서 가마솥 맛이 아니라 그냥 인스턴트 맛 나요. (부정적 물리/후각 증거)"
(별점 2점) / "직원분들..."
"유니폼은 깔끔한데... 그릇을 테이블에 '쿵' 하고 던지시네요. (부정적 인간 증거) 깍두기 국물 다 튀고. 기분 나빠서 그냥 나왔습니다."
(별점 1점) / "메뉴판 뭐죠?"
"전문점인 척 곰탕, 수육만 팔길래 시켰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들은 '돈까스'에 '소주' 드시던데요? ㅋㅋㅋ (부정적 심리/정보 증거) 물어보니 '단골은 숨은 메뉴 해준다'고? 손님 차별하나요? 두 번 다신 안 갑니다."
태웅은 리뷰들을 읽어 내려가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차현서가 2주 전에 예언했던 '깨진 유리창'들이, 고객들의 '목소리'로 정확하게 박제되어 있었다.
"현서 님..."
"셰프님. '형태'는 모방할 수 있어도, '철학'은 모방할 수 없습니다."
현서가 데이터 분석 탭을 띄웠다.
"'대청옥'의 첫 주 재방문율: 4.8%.
'송정옥'의 현재 재방문율: 52%."
"저들은 '긍정적 증거'의 '형태'만 베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증거'란, 7가지 요소가 하나의 '철학', 즉 '진정성'으로 묶여있지 않으면... 그 즉시 '부정적 증거'로 돌변합니다."
그녀가 조목조목 짚었다.
"가짜 가마솥(물리)은 '후각'을 속이지 못했습니다.
숨겨둔 돈까스(심리)는 '전문성'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유니폼(인간)은 '무례한 태도'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고객은 '가짜 증거'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대청옥'은 우리가 아니라, 스스로의 '깨진 유리창'에 무너질 겁니다."
태웅은 그제야 깨달았다.
'송정옥'의 성공은 '가마솥'이나 '단순한 메뉴판'이 아니었다.
그것은 '12시간 끓인 진짜 육수'라는 '맛'의 본질과, '박 여사님의 진심 어린 응대'라는 '철학'이 모든 '증거'들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우리 일을 하죠, 셰프님."
현서가 '송정'의 조명 도면을 펼쳤다.
"저들이 1만 원짜리 '가짜'에 발목 잡혀 허우적대는 동안, 우리는 30만 원짜리 '진짜'를 만들면 됩니다."
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청옥'의 소란이, 이제는 찻잔 속의 태풍처럼 느껴졌다.
23화에서 계속......
고객은 '가짜 증거'를 본능적으로 구별한다.
'형태'만 베낀 '카피캣'은 '진정성'이라는 철학이 없기에, '증거'들 간의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가짜 가마솥(물리적)은 진짜 냄새(후각적)를 만들지 못한다.
유니폼(인간적)은 직원의 무례한 태도(인간적)를 가리지 못한다.
'긍정적 증거'의 '불일치'는, 그 어떤 '부정적 증거'보다 더 강력한 '배신'의 신호다.
'진정성'이야말로 그 어떤 거대 자본도 복제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해자(Moat)'이자 '궁극의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