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술집을 하는 친구가 있다. 젊을 때부터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술집을 시작한 지가 비교적 오래되었다. 그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희귀한 이야기가 있다. 거쳐 간 사람이 많고 그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까닭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의 중심은 ‘진상손님’이다. 가지가지 진상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친구는 그런 진상손님의 흐름을 보면서 세상의 흐름을 본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런 이야기를 틈틈이 메모해 놨다가 책을 내라고 했다. 웃고 울고 안타까워하는 그런 이야기가 세상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데 이번에 부산에 사는 후배가 책을 냈다고 소식을 전해 왔다. 소식은 들었지만 밀려 있는 책이 많아서 미루고 있다가 9월 북새통 책을 사면서 같이 신청을 했다. 후배는 사회복지사로 공무원으로 살면서 겪고 느낀 많은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이다. 동사무소에 근무할 때 동장님이 ‘지금 겪는 일들이 그냥 힘들다고 하면 힘든 일로 끝나지만, 기록해 두면 좋은 책이 될 거니 잘 적어둬라’는 말이 계기가 되어 책을 냈다고 한다.
책은 문고판보다 조금 큰 128x188의 크기에 335쪽 정도이므로 금방 읽혀질 수 있었지만 글 속의 내용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각양각색이라고 해야 할, 작가의 말대로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작가가 겪고, 보았던 그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퉁치는 서민들의 삶이 펼쳐져 있었다. 삶도 어렵고 죽음도 어려웠던 사람들, 보듬고 안아야 하는 사람들,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의 ‘드러난 삶’과 ‘그 이면에 감춰진 삶’의 이야기가 글자, 글자를 넘어 눈물로, 콧물로 흘러내린다.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편치 않았던 이야기, 현실에 공감을 더하고, 공감을 넘어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세상을 구하는 관세음보살이 이들을 통해서 나투신 모습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세상은 아직 밝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와 또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하는 그들, 사회복지 공무원들에게 찬사와 성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