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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 무박2일 나이트 크루즈 여행

배에서 자고 또 자고, 시모노세키와 모지에서 걷고 또 걷고..

by 달의 노래



쉰 부부는 월요일 퇴근 후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났다.

밤배를 타고 시모노세키에 간다나.

밤 9시 배를 타고 화요일 아침 8시에 하선 후 10시간 동안 여행하고 다시 밤 8시 배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부산 도착하면 수요일 아침 8시다.

남편은 회사로 아내는 출장지로 갈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짧게라도 여행을 다니니 일상의 리프레쉬로는 충분하다. 특히 회사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쉰 남자에겐 양질의 시간인가 보다.

밤배도 나름 운치가 있다.
좁은 공간이 답답할 것 같았는데 선실 바로 옆에 데크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 밤바다 내음과 바람도 충분히 즐겼다.

이런 밤문화.. 참 좋다.
선실은 1등석(2인실)이라 안락하다.

다만 흔들린다.




쉰 부부는 아침 8시에 하선하여 시모노세키를 하염없이 걸어 다닌다.
일단 가라토 시장부터 간다.

어떤 아저씨에게 가라토 시장이 어느 쪽이냐고 물으니 이리 가서 저리 쭉 가면 되지만 멀단다. 멀어도 두 늙은 남녀는 기꺼이 걷는다. 쉰 여자는 뱃멀미로 어지러웠는데 걸으니 감각이 서서히 돌아온다.

스시로 유명한 가라토 시장은 아쉽게도 주말에만 열린다. 생새우초밥 먹고 싶었던 쉰 여자는 아쉬운 따나 전날 밤 배에서 먹다 남은 새우깡으로 허기를 달랜다.
걷다 보니 아카마 신궁과 조선통신사 상륙 기념비 공원을 만난다.
아카마 신궁에서 기리는 왕은 조선의 단종과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쿠데타로 욕된 죽음을 예견한 왕의 외할머니가 어린 왕에게 용궁으로 놀러 가는 거라며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나.



시모노세키에서 배를 타고 모지코에 간다. ‘’ 간몬 라인’이라는 배를 타고 단 5분이면, 경상도와 전라도처럼, 규슈와 혼슈를 오갈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항구를 개방했다는 모지코항 주변에는 고풍스러우나 딱 일본스러운 근대 유럽식 건물들이 있다.

모지는 바나나를 처음 들여온 곳이란다.

지역 특산물 마케팅이 뛰어난 일본답게 모지는 바나나 관련 특산물이 많다.

특히 바나나 아이스크림이 인기가 있다.
쉰 부부는 바나나 아이스크림과 야키카레를 촌스럽게도 유명한 가게들을 찾아가서 먹었다지.

이들은 연인이 손 잡고 건너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도개교도 걷는다.

손은 안 잡고..


팔짱 끼고 손님을 기다리는 원숭이와 주인아저씨가 북을 두드리며 “이랏샤이~ 이랏샤이~” 외친다.

원숭이는 팔짱을 풀고 스을 일어나더니 공중제비를 두어 번 한다.

안타깝게도 지나가는 이들이 별로 없다.

원숭아, 오늘은 날이 아니니 주말을 위해 넘 쎄리 돌지 말거라..


모지-시모노세키를 가는 방법은 세 가지다.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넌다.

배를 탄다.

간몬 인도라는 해저터널을 걸어간다.

쉰 부부는 배를 왕복으로 끊었기에 다시 간몬 라인을 타고 5분 만에 시모노세키로 왔다.

양쪽을 잇는 배는 20분마다 있다.





오후 세시쯤 가라토 항구로 돌아와 시모노세키역까지 걷는데 쉰 부부는 좀 지친 모양이다.

특히 쉰 남자의 어깨가 탈이 났는지 잠시 벤치에서 쉬자고 한다.

각자의 이어폰을 꺼내 하나의 잭에 꽂아 쉰 남자의 최애곡인 이상은의 '언젠가는'과 g.o.d의 '촛불 하나'를 둘이 '따로 같이' 듣는다. 하나의 잭에 두 이어폰을 꽂아 같은 음악을 감상하는, 이런 독립적이면서 같이 하는 시간이 좋다고 생각하는 쉰 여자는 참 이기적이다.

제 짐은 다 쉰 남자에게 맡기고 독립적이란 말을 뱉다니 말이다.


지오디의 노래에 제대로 흥이 난 쉰 남자가 요상한 손짓과 괴성을 내는 바람에 창피해진 쉰 여자는 멋대로 음악을 끄고 걸음을 재촉한다. 시모노세키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시모노세키 역 옆엔 '다이마루 백화점'이 있다.

롯데 백화점과 거의 흡사한 구조에 매장 디스플레이도 비슷하니 새로울 것이 없다.

지하 1층 잡화점에서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되는' 아이템들을 산 후 쉰 부부는 또 별다방에 들어간다.

별다방의 재즈를 들으며 각자 가장 편한 포즈로 눈을 감고 있는데 쉰 남자는 코를 쌕쌕 골고 쉰 여자는 자신의 고개가 연신 끄덕이는 것을 인지하며 선잠에 빠져있다.


'부산문'이라는 작은 현판이 적힌 곳으로 가니 아이다, 아이다, 부산 아이다~다.

가게들은 맥없이 보이고 그나마 맛집인 것 같은 곳은 저녁 6시에 문을 연다니 시모노세키에서 세끼를 해결하려던 쉰 부부 참 낭패다.

어디선가 야옹이가 야옹야옹하면서 쉰 여자와 함께 걷는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멈추더니 다른 여자를 찾아간다. 이누무쉐키..


6시에 시모노세키 국제항으로 가서 수속을 한 후 승선 대기를 하는데 어떤 아줌마와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한다.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욕설을 해대며 싸우는데 우리 아줌마 절대 밀리지 않는다.

이들은 부부가 아니라 패키지여행의 일원 같기도 하고 어쩌면 보따리 장사들인 것 같기도 하다.

일본에서 중년의 남녀가 ㅅㅂ ㄱㅅㄲ 로 가득 찬 한국말로 싸우니 국제항에 있는 나머지 한국인들은 어디 숨을 데도 없고 난감할 뿐이다. 보다 못한 다른 남성이 그들을 말리는데 대놓고 아줌마에게 면박을 준다.

이것 봐, 이것 봐, 아직도 만만한 건 여자지.. 젠장.


레스토랑에서 맛없는 저녁식사를 하고 객실로 돌아온 쉰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침대에 몸을 구겨 넣고 금세 드르렁드르렁 거리며 다음 날 안내방송이 있을 때까지 숙면을 했다나..




부산항의 아침은 잔뜩 흐리다.

곧 비가 떨어질 것만 같은 날씨에 쉰 부부는 서둘러 입국 수속을 마치고 쉰 남자는 회사로, 쉰 여자는 귀찮은 출장이 생겨 출장지로 각자의 길을 간다.




부산-시모노세키 선박 왕복 69,000원 (1등석 업그레이드 왕복 6만 원)

간몬 라인 왕복 8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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