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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21. 2023

11. 내가 가능성 넘친다는 ‘너’

제1장 퇴사사유: ‘너’는 누구인가

내가 가능성 넘친다는 ‘너’ 


그 동안의 경험을 종합해보니, 그들은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가능성 넘친다’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참으로 건방진 일이다. 겨우 직장생활 좀 같은 공간에서 해봤다고 나에 대해 알면 뭘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떠들어대는지 말이다. ‘가능성 넘친다’는 좋은 말 듣고도 기분 나빠하는 나도 좀 이상하지만. 


내가 보기에 특정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대표의 가족’이거나 ‘대표의 심복’이거나 ‘대표의 집사’이거나 회사의 이슈를 해결한 ‘회사의 영웅’ 정도이다. 회사에 좀 다녀본 사람들은 근속 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중에 한 노선을 타기 마련이다. 


그 중 본인의 역량을 발휘해 영웅이 되는 사람은 극소수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표의 가족이 될 수도 없고... 오너 가족과 결혼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니 다들 대표의 '심복'이나 '집사'가 되려고 한다.


바로 우리가 ‘딸랑이’라고 부르는 지문 없는 애들. 


‘가능성 넘친다’는 표현은 ‘내 라인에 넣어줄게’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럼 나는 ‘심복’이 되거나 ‘집사’가 되는 셈이다. ‘심복’은 사내 정치를 하고, ‘집사’는 일을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태생적으로 누구 라인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하다. 회사에서 라인 잡는 것으로 자신의 ‘안정의 욕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내가 성공 시키고 싶은, 회사와 사회를 위해서 리더가 되어야 마땅한 상사를 찾는 편이다. 


누가 나를 채용했다고 해서, 내가 속한 조직이 누구 밑에 있다고 해서 자연스레 그 라인으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말이 되나? 다들 회사에 필요해서 채용된 것 아닌가? 개인이 필요해서 뽑을거면 회사에 인사팀은 왜 두나? 하여간 이것들 끼리끼리 이너서클(Inner circle) 만들어서 이 라인 저 라인 세력 대결도 하던데, 그런 여유도 있고 좋겠다. 


사익을 추구하는 것들 좀 쳐내고 조금이라도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려면 인사평가에서 상향평가를 실시해야한다. 아직도 하향평가만 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 넌센스다. 일종의 담합인가, 회사의 정적이랑 싸우는 것이 낫지, 어린 것들에게 평가 받는 것은 싫어서? 


그리고 내부 부서 이동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가 정치놀음 때문에 필요한 자리에 갈 수 없다면 회사의 손해가 너무 크다. 그 사람을 놓치는 것은 물론 그 자리에 다시 사람을 찾고, 뽑고,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도 다들 그 놈의 정치놀음 때문에 괜찮은 직원을 끌어오고 싶어도 눈치 보느라 닥치고 앉아 있다. 


이게 다 내 얘기다.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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