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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9. 2024

14. 문간자리 이야기

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문간자리 이야기 


어쩌다 보니 회사에서 내 자리를 현관문 바로 앞자리에 배치했다. 여자화장실 소리가 다 들리는 그야말로 문 바로 앞자리였다. 나보다 내 주위 사람들이 더 어이없어 했던 것 같다. 나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마침 대표와 페친이라 페이스북에 돌려 이야기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빨리 개선을 해주길 바랬다. 글 올리자 다음날 대표가 지나가면서 곧 옮길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 사이 나는 이런 신기한 경험(?)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화가 나서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인기 컨텐츠가 됐다. 


문간자리 이야기(1)

내 자리와 출입문 사이는 1.5미터 정도 된다. 오늘 차장님이 왜 여기 앉으셨냐는 질문만 서른 번 정도 들었다. 이 자리와 옆 자리가 배정됐는데 옆 자리는 원래 앉던 친구가 앉으면 되니 당연히 여기로 내가 왔다. 


이 자리 장점이 많다.
왔다갔다하는 모든 사람과 인사할 수 있고 그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외부에서 문열어달라고 노크도 해 친절을 베풀 수도 있다. 들어오자마자 앉을 수 있고, 빨리 나갈 수도 있다. 왕래하는 모든 사람이 내가 일을 하는지 페북을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말 걸기가 쉽다. 


암튼 그렇다. 이제 빠른 속도로 퇴근할꺼다.

#문간자리이야기


문간자리 이야기(2)

최근 홍보마케팅실 실장이 됐다. 
실장 1, 실원 1 총 2명의 대형 실이다.

그러면서 지금 자리로 온거다. 
오늘도 카드배달 아줌마가 누굴 찾는데 저쪽에 있다고 알려줘도 듣지도 않고 이 회사는 직원들이 서로 이름도 모르냐고 빈정대길래

"저 쪽에 있다고! 왜 남 회사 함부로 들어와서 궁시렁거려!" 라고 어른에게 버릇없게 외쳤지만 그 아줌마 못듣고 계속 욕하면서 가버렸다.

하나밖에 없는 실원이 점심먹고 와서 내게 이 자리에 일부러 앉았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니까 다른 팀 애들이 실장님 자상하다면서 칭찬했다고 했다. 본인은 아니라고는 안했단다.

내가 그런 의사결정은 뼈속에 박힌 인품에서 비롯된다고 말해줬다.

(이 글은 오락가락하는 내 인품에 대한 글인데 다들 실장된 걸 축하한다고만 ㅠ 실 총 2명이라고요...)

#문간자리이야기


문간자리 이야기(3)

대표님을 만나봬러 온 손님이 문앞에 있는 잘생기고 똘똘하고 친절해보이는 나에게 대표님 자리가 어딘지 물어봤다.

친절히 대표님실까지 안내했다.
하마터면 커피 드실건지 물어볼뻔 했는데 그 순간 내가 홍보마케팅실장임을 깨닫고 바쁜척했다.

이 자리는 참 매력적이다. 대표님이 만나는 중요한 손님들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으니!!
(다만 산만해서 일은 좀 많이 잘 안된다)

서브웨이 컵은 이뻐서 찍어봤다.

#문간자리이야기


문간자리 이야기(4)

마흔 기념으로 페북에 이 책을 선물해달라고 했더니 고맙게도 안젤라의 응답이 있었다. 잘 읽을게!

지난달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작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어르신께 안부를 여쭈니 '리셋증후군 이사'도 잘 지내라고 하셨다.  

마흔쯤 됐으면 '이사' 정도 달거나 '대표'가 됐거나 그랬어야 하는데 아직 차장임을 깊이 반성한다.

나랑 두 살 밖에 차이 안나는 박 팀장님은 엊그제 대표님이 되셨다. 아 마음이 조급하다. ㄷㄷㄷ

진짜 맙소사, 마흔이랄까...

#문간자리이야기


문간자리 이야기(5)

걱정거리가 생겼다. 
어제 택배 아저씨가 저기다 택배를 놨다. 배송지에 팀명과 이름이 안써있어 그냥 두신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있더니 지금까지 있다. 택배가 주인을 찾지 못하니 이게 다 내 책임 같다. 디퓨져 리필러던데...  

그러고 보니 이 시간쯤 슬슬 택배가 올 시간이다. 구르마를 끌고 고마우신 대한통운 택배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신다. 그리고 두성을 활용해 "OO씨가 으디 계세요?", "OO팀이 으디즈어?" 하신다.


안내는 나의 몫. 
서로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서운하지는 않다. 
택배 아저씨니까.

#문간자리이야기


문간자리 이야기(6)

막아내지 못했다. 
금융업계 종사자라고 너그러움을 보였다.  

#문간자리이야기


문간자리 이야기(7)

종종 우리 모델 박세영이 아침 인사를 한다. 항상 우리실 막내가 몸을 일으켜세워주는데 휴가 중이라 오늘은 내가...

#문간자리이야기


문간자리 이야기(8)

아직도 그 자리냐고 묻는 분들이 계셔서... 
인증샷! 
저는 오다가다 인사 많이하고 말 많이 섞는 이 자리가 좋습니다!  

#문간자리이야기 #구라아님


문간자리 이야기(9)

많은 사람 오고가는 이 자리에서 
요즘 같이 미세먼지 가득할 때 
면역력 관리는 필수죠!  

저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써요! 
여왕벌에게만 허락한 면역력의 결정체... 
"네 덕분에 오늘도 활기차게 시작한다! 우훗"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청정우의 나라 호주에서 왔습니다!

#문간자리이야기 #라디오광고버전


문간자리 이야기(10)

입사 1주년 특집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 대하여...

어떤 문제가 문제인지 알지 못하면 그 문제를 고칠 수가 없다. 어제와 그제는 어떤 계기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게 됐다.


난 내 스스로가 객관적이고 발전적인 비판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불편할 수 있었다랄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난 비판적 시각인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게 꽤나 뒤틀어진, 그다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부정적이기만 의견이었다는 점이다.


전 직장들에서의 좋지 못한 경험들이 삐져나온 듯한데, 사실 난 여기 그 직장들에서 쌓은 좋은 경험들을 쏟아내기 위해 온 것 아닌가.


이곳에서 1년을 돌아보니, 떠오르는 몇몇 순간들은 내가 좀 더 성장하는데 필요한 상황들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나와 다른 사람들 역시 내게 배움의 기회였다. 이 곳이 이렇게 성장하는 이유가 각자의 장점이 발현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찾아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곧잘 했는데, 많이 인색했던 점을 반성한다. 삶이 만만치 않았다는 핑계는 대지 않기로...


앞으로 1년은 함께하는 사람들의 장점만 바라보는 것을 개인적인 MBO로 설정하고, KPI는 그들과의 점심식사 분기별 1회, 달성률 100% 목표로 하는 걸로 하자. 그러자.


내 반성을 담아, 
회사 동료들을 위해 기도하며-

#문간자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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