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셋증후군 May 19. 2024

17. 혹시 나도 저러면 나에게 얘기해줘

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혹시 나도 저러면 나에게 얘기해줘 


함께 일하게 된 후배가 ‘회사 생활 참 어렵다’고 했다. 몇몇 의사결정들이 본인의 상식 안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15년째 하면서도 좀처럼 쉬워지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정말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특히 눈에 빤히 보이는 이유로 옳지 않은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후배들 보기가 부끄럽다.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볼 때마다 내게 ‘선배 저거 그냥 가만히 놔둘 거야?’ 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나름 좋게 좋게 해석해서 둘러대 보지만,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후배들에게 최대한 회사 상황을 통역을 해주거나 내 의견을 말해주는 편이다. 이번 결정은 이런 저러한 상황에서 된 것 같은데, 나도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에 큰 변화나 부담은 없을 것 같으니 당분간 따라가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의사 결정자가 책임을 지는 내용이니 잘 받쳐 주자고도 한다. 그 후에 책임 안 지려고 하니까 그게 또 질문 사항이긴 한데… 


그러고는 후배들에게 물어본다. 

“혹시 나도 나중에 잘돼서 저 자리 갔을 때 저러구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얘기해라. 그것도 네가 후배로서 나한테 해줘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선배가 그나마 저렇게 안될 거 같은 선배로 꼽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 나도 설마 내가 저럴 것 같지는 않다” 


혹시 정치가 구려지면 직장 생활도 힘들어지는 것을 경험했는지 모르겠다.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에 비상식이 판치면 사회 분위기도, 회사 분위기도 똑같이 변한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권력관계가 생기는데 그것을 쟁취하는 방식에서 공정함이 사라지기 때문일까? 이런 변화가 나에게는 불편함이었는데, 또 다른 이에게는 편안함일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일도 많이 벌어진다. 서로 회사를 위한다며 상대방을 비방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본인이 옳단다. 정의롭단다. 그래서 이길 수 밖에 없단다. 본인은 사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럼 상대방은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된다. 이런 힘의 대결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또 아랫사람들이다. 정신 승리의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 무기력해진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부탁이다. 진짜 진심으로 나도 저러면 누구든 꼭 얘기해달라. 고치든 뭐든 모르면 일단 모르면 아무것도 안되니까. 

 
 

 

작가의 이전글 16. 친구들이 생일 축하해주고 싶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