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 이사하는 부부

이렇게 산다는 자기 변명일지라도

by 유유히유영

현대 사회에서 자유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자유의 이미지는 얼마나 다른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쓸데없는 시간이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사실이 보인다. 베트남에 여름휴가를 갔을 때 보았던 일이 생각난다. 호이안에서 열대야를 온몸으로 느끼며, 야시장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이런 더위에서 안 산다는 사실에 감사해. 한국에서 태어난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아."


한 아주머니가 자기 아이에게 말하고 있었고, 우리는 바로 뒤에서 그 말을 들었다. 태어난 장소도, 시기도 다 운인데 저런 말로 아이를 가르치다니 싶었다. 그 생각을 하며 가는 길에 무릎을 쳤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도 다 자신의 삶이라 여기며 살아가는구나. 그냥 주어진 아이템마저도 다 자기 소유라 여기면서 사는구나. 우린 그저 운이 좋게 이 나라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말이다.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이 운은 과시의 도구 아닐까.


그때가 일산에서 살아갈 시기다. 호수공원 근처에 사는 우리는 돈에 쪼들렸다. 실제 빚쟁이한테 쫓기면서 살지는 않았어도 미국에서 다시 돌아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국살이를 하던 시기였다. 더 살기 좋은 동네에서 태어난 일이 권력이 될 수 있는 시기라면, 우리 삶이 무척 비참해 보였을 것이다.


좁은 공간에 월세 50만 원을 내며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비참하단 생각이 안 들었다. 분명 계속 한국에 살았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잠시 미국에 다녀왔을 뿐인데, 모든 사실이 새롭게 보였다.


미국에서 지내면서도 자유를 깊이 고민했다. 그 당시에도 몸과 행동에 제약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1년 3개월 동안 우리를 괴롭힌 비자가 문제였다. 우리는 일하면 안 되는 처지에 일을 해야 했다. 신분이 안 되는 상황을 경험한 것이다. 결국 그래서 돌아왔다.


미국에서 대표가 말한 취업 비자 100% 발급은 거짓말이 되었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 신분을 줄 처지가 안 되는 사람이었다. 스폰서를 해 주기에 돈이 부족했고, 사업체는 단 한 번도 세금 보고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 취업 비자를 내 줄 수 없다.


9년 동안 8번 이사한 우리 부부는 현재 서울시민이다. 미국에서 돌아오고 처음 시민이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경기도 남양주시로 떠난 뒤부터 우리 줄곧 경기도민이었고,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자유는 늘 고민하는 주제다. 자유롭게 떠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상념에 젖은 부부.


서울에 살기에 그동안 끌고 다니던 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 한 달에 2,000~2,500km를 달렸는데, 이 차를 팔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정말 많이 변했다.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는 서울에서 외곽에 살아본 사람만 안다.


한국에서는 어디 사는가가 제약이었다. 바로 타인이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제약이다. 특히 그 타인이 부모라면, 효자·효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부모의 시선을 생각할 것이다. 아파트에 살면, 신도시에 살면 그 제약이 풀린다. 더군다나 지금 시대가 투자로 불타오르는 시기이다 보니 자기 자신의 부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도 많다. 그렇기에 이사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배운다. 자기 자산 증식이 목표가 되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진짜 자유를 찾아 떠나면 달라진다.


어떤 집에서 살면 좋을까. 오피스텔? 아파트?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주택? 넓은 다세대 주택? 자신이 어디에 살아야 만족하는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여러 삶의 형태로 살아 봤다. 아내가 짐을 줄이지 못해 넓은 공간에서도 지냈고, 갑자기 변해 극강의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면서는 복층 오피스텔에서도 지내보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최종 형태인 아파트에서도 2년 동안 살았다.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여주까지 찾아가서 집을 구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자유는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 안에 담겼다. 9년 동안 8번 이사한 이야기는 10년을 맞아 9번째가 될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맞는 동네를 찾으려 하지 않을까. 사실 이번 집을 찾는 여정에서 나는 속초로 내려가려 했다. 친구들을 포함해 모두와 멀어지는 선택을 하려 했는데, 아내가 수도권에서 살고 싶다고 하여 결국 서울로 왔다. 그런데도 무척 기쁘고 좋다. 서울에 와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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