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이 용서보다 쉽다는 믿음은? by 유자까
산 구름도 확연히 깔렸다. 우리 집 앞산이 구름으로 뒤덮여 보이질 않는다. 날이 좋으면 고개 너머까지 보이는데, 사방이 온통 구름이다. 그저 집 마당에 심은 나무만이 흔들리면 손을 젓는다. 시야는 탁한데, 산을 타고 넘어가는 솜씨는 기막히다.
우리 집 창밖 모습이다. 잘 지냈던 집에서 바라본 경치가 참 슬프고 아름답다. 어쩌면 비가 내려 그럴 수 있겠지만, 곧 이 집을 떠나는 탓에 감정이 조금 북받쳐 올라서 그런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사까지 3주일 정도 남아, 나는 지금 설렘 반, 떨림 반이다.
누군가에게 이사는 힘든 일이다. 이사할 때 힘든 이유는 짐이 많고, 어쩌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삿짐도 다 싸야 하고, 짐을 나르는 일도 모두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책이 가장 힘이 든다. 책이 짐이 되면 정말 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이사를 9년 동안 7번, 이번 이사까지 8번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버리지 못한 물건이 책이다. 지난 이사에서 처음으로 책 정리를 했다. 중고서점에 팔았는데, 규모가 무려 21상자나 됐다. 아내가 전시용으로 진열한 책이 점차 쌓여서 그랬다.
다시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을 정리할 계획이다. 그간 책을 참 많이도 사 읽은 탓에 책장은 터질 것 같다. 이번에 이사할 집은, 지금의 집보다 훨씬 작다. 책이 이사의 가장 큰 난제다. 팔 책, 버릴 책, 가지고 갈 책을 잘 나눠야 한다.
나름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미니멀리스트로 살았다. 아내는 이전 옷도 대부분 정리했다. 이번 이사하면서 더 정리할 예정이다. 나도 옷을 더 버리고, 미니멀리스트로 살아 보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할 때마다,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삶은 미니멀이 될 수 있을까? 다시 대도시로 가도 이 기조를 지킬까? 해가 뜨면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지는 내가? 과연? 다음 이사 장소인 루프탑으로 가면, 나의 항마력을 시험해야 한다. 무언가 사고, 지르고 싶어지는 무수한 유혹을 이겨나가야 할 테니.
비, 햇빛과 구름을 보는 날마다, 이날을 생각해야겠다. 지금의 나를 기억해야겠다. 나의 소비 욕망을 잊지 말아야 잘 살 수 있을 테니. 어쩌면 그냥 지르고 보는 나의 무모함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편이 빠르려나?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그 이야기를 믿으면서. 아직까지 통용된 적 없는 믿음이지만.
아니라면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이야기를 믿으면서, 그냥 지르고 보는 나의 무모함을 감내하는 편이 빠르려나?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 햇빛과 구름을 보는 날마다 이날을 생각해야겠다. 나의 소비 욕망을 잊지 말아야 잘 살 수 있을 테니. 지금의 나를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