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여행의 시작 : 도시를 기억하는 법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도시를 기억하는 특별한 방법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사진으로, 또 다른 이는 향기나 소리로 그곳을 기억 속에 새겨 놓는다.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것을 넘어, 그곳의 공기와 소리, 빛과 냄새를 몸소 느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배우 정유미가 여행지에서 향수를 구매해 그 향기로 추억을 떠올리듯이, 후각은 강렬한 기억의 매개체가 될 것이고, 소설가 김영하처럼 현장의 소리를 녹음해 두고 시간이 지난 후 재생하며 당시의 감정을 되살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감각은 여행을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도쿄는 전철역에서 들리는 안내 방송과 서점에서 넘기는 책장의 소리가 어우러져 도시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파리에서는 카페 테라스에서 풍기는 커피 향과 거리 예술가들의 음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방콕은 시장에서 풍기는 강렬한 향신료 냄새와 골목골목 울려 퍼지는 오토바이 소음이 그곳만의 활기를 보여준다. 상해는 서양과 동양이 융합된 건축물 사이로 지나가는 전통 찻집의 은은한 차향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한강변에서 느껴지는 바람과 전통시장의 활기찬 소리가 공존하며, 제주는 바다 내음과 귤밭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따스함을 선사한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해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자갈치 시장 특유의 생동감이 기억에 남고, 강릉은 커피 향 가득한 안목해변과 동해안 일출이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들어 준다.
여행지마다 고유한 감각적 경험은 우리의 기억 속에 깊게 새겨진다. 후각으로 맡는 향기, 청각으로 듣는 소리, 시각으로 보는 풍경은 순간적인 즐거움을 넘어 시간이 지나도 생생히 떠오르는 추억으로 남는다. 이번 글의 여정을 통해 여행지의 여러 도시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탐구하며 그곳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도시를 기억하는 법은 단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곳을 느끼고 기록한다면, 시간이 흘러도 그 도시는 나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장소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