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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골우체국, 작업실이 되다

나를 위한 시간의 질문들 06

by JI SOOOP

작가에게 작업실은 소중한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니까요.


나에게 아주 오래된 작업실이 있습니다.

시골의 우체국이었는데, 문 닫은 지 한참 된 곳이었죠.


두세 번 작업실을 옮겨 다니다

새롭게 정착할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파려안사진책도서관 내부 (2).jpg


그러다 발견한 곳이 지금의 작업실입니다.

교량동 588번지, 아마도 옛 청량리역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588번지가 어떤 곳인지를 잘 알 겁니다.

아무튼 우체국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채 오래도록 문 닫혀 있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십 년째 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여러 작품들을 생산했고, 여러 가지 일들을 벌였습니다.

특히 작가로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방황하던 시기,

<기별>이란 작품을 만들고 회복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고,

작업실에 칩거한 채 사회와 단절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창작레시던시를 5년 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을 거쳐간 작가는 약 20여 명 되고 지금도 활발히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파려안사진책도서관 내부 (3).jpg


여러 부침의 시간들이 여기 작업실에 녹아 있습니다.


지금은 사진책도서관을 겸하고 있습니다.

사진책만으로 채워진 도서관이죠.

하지만 아무도 찾아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은 작업실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청춘의 시절에는 거침없이 살아왔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아지고 몸은 잘 안 움직여지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작업을 구상해 놓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곧 날개를 달아줄 시간이 도래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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