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의 질문들 09
누구에게나 하나쯤 로망이 있다.
'카페'를 여는 것.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한때, 카페를 운영했었다.
'후두둑'이란 카페다.
나는 비를 좋아했으므로,
후두둑 비가 내리는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꿈.
그 로망을 실현한 것이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닌,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
재미난 일들이 매일 펼쳐지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후두둑'이었다.
책장에는 시집과 사진집이 가득 차 있었다.
벽면에는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고,
지하 공간 또한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었다.
매주마다 시끄러운 음악이 난무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시인도 소설가도, 화가도 사진가도
홍대 버스커들과 일본의 뮤지션들이 맘껏 놀다 갔다.
이곳을 거쳐간 젊은 뮤지션이 유명해지고
이곳을 거쳐간 작가 지망생이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고
이곳을 거쳐간 사진작가가 떠오르는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후두둑 카페를 사랑하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곽재구 시인이다.
시인은 거의 매일 카페에 와서 시를 쓰고, 달콤한 빌라엠 와인을 한 잔씩 마셨다.
알바하는 친구들이 모두 문창과 제자들이었다.
영업이 끝나면 함께 모여서 술을 마셨다.
해가 뜨면 집에 갔다.
카페는 인기가 많았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늘 새로운 행사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돈을 몰랐다.
많이 벌었지만 번만큼, 번 것보다 더 많이 즐기고 노는데 투자(?)했다.
나는 비즈니스맨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11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카페는 망했다.
하지만 참으로 낭만의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