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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는 말속에

나를 위한 시간의 질문들 11

by JI SOOOP

'그냥'이라는 말은 가장 솔직한 단어다.


그냥 좋은 것

그냥 하고 싶은 것

그냥 보고 싶은 것

그냥 있고 싶은 것


그냥,

그냥,

그냥 쓰고 싶은 글들이 때론 있듯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냥’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왜 좋아해?” “그냥.”
“왜 거길 갔어?” “그냥 가보고 싶었어.”


나는 가끔 ‘그냥’이라는 말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냥 일어나고, 그냥 커피를 마시고, 그냥 산책을 나선다.
그 속엔 사실 작고 깊은 마음이 있다.
햇빛이 좋아서, 바람이 기분 좋아서,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이 좋아서.
하지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이기에, 그저 ‘그냥’이라는 단어에 담는다.


제주 마라도 02.jpg 제주 마라도 - 그냥 바라보는 풍경


‘그냥 좋은 것’이 있다. 이유를 대라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골목길, 익숙한 카페 창밖 풍경,
아무 말 없이도 편안한 사람.
그런 것들은 이유 없이 좋다.
그래서 그냥 좋다.

오늘도 나는 그냥 하루를 보낸다.


별일 없는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수많은 감정들이 다녀간다.
기분 좋은 한숨, 의미 없는 웃음, 이름 모를 그리움.


‘그냥’이라는 말로 포장한 감정들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해 간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많은 이유를 말하려 애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감정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이라는 말로도 충분한 순간들이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냥… 괜찮았어.”
그리고 그 말속에는 어쩌면,
내가 말하지 못한 가장 진심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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