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의 질문들 13
집을 나서려는데 문 앞에 낯익은 카메라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십 년쯤 나와 동행한 니콘 필름카메라다. 그와 함께 무수한 거리를 쏘다녔으며, 여러 여행길을 함께 했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알아갔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카메라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것과의 거리를 둔 채 몇 해를 보낸 것이다.
언젠가는 책이 내 곁에 없으면 불안한 적이 있었다. 늘 책 한 권이라도 옆에 끼고 살았다. 잠잘 때도 눈앞에 책이 있어야 했으며, 외출할 때도 가벼운 시집 한 권이라도 뒷주머니에 꽂고 나가지 않으면 왠지 불안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잡혀 있지 않으면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허전했다. 그냥 하루를 망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책과 카메라다. 아무리 어떤 다른, 새로운 것에 몰입하더라도 결코 잊힐 수는 없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기대는 깨진 지 오래되었다.
오래도록 잊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문득, 그 카메라가 내 눈에 보인 것이다. 사실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관심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식탁 위에도 한 달 넘게 두서너 권의 책이 놓여 있다. 밥을 먹으면서도 놓인 것을 봤지만 애써, 그 존재를 잊으려 했었다. 책장을 넘기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살면서 익숙했던 그 무엇이 두려워지는 순간마다, 나는 또 어딘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