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Oh, My Ladakh 13화

12 Oh, my Ladakh 그림 노트 Ⅱ

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by 혜안


내가 처음 사람을 그리기 시작한 건, 나와는 생활방식이 다른 남편을 기다리면서였다.


나는 전형적인 아침형이고, 남편은 완전한 올빼미다. 그러다 보니 하루 한 끼 같이 밥 먹을 시간이 없었다. 점점 더 각자 혼자서 밥 먹는 게 익숙해졌다.

왠지 이대로 안 되겠다 싶었던 어느 날, 아침만은 함께 먹기로 굳게 약속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동트는 걸 보고 겨우 잠든 사람을 밥 먹으라고 바로 깨우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아침식사 시간을 잡았다. 그래도 나한테는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시간을 맞추려면, 식사 준비를 다 마치고도 두 시간쯤 더 기다려야 했다. 그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 시간이 금방 갔다. 재미도 있었다.


매일 남편이 잠자는 모습만 그렸다. 거의 비슷한 옷에, 늘 비슷한 포즈여서 누가 보면 왜 똑같은 그림만 계속 그리나 싶었을 거다. 그래도 매일 그렸다. 얼굴뼈가 어떻게 생겼고,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남편보다 내가 더 잘 알 만큼 그렸다. 그걸 모아 놓으니 비슷해 보이는 그림들이 저마다 미세하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점점 더 흥미로웠다.








이번 여행을 통틀어, 나는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얼마 안 되는 사진을 고르고 골라서 올리는 거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풍경에 묻히는 게 아니라 사람 얼굴이 확연히 잘 보이는 건 일단 모두 제외했다. 입장을 바꿔 누군가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을 공개적으로 올린다면, 나 역시 그다지 내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한참을 고민하다 남편에게 물었다.



"사진 말이야, 올리고는 싶은데 좀 애매한 게 있으면 그림으로 그릴까?"



대번에 좋은 생각이라며 반긴다. 사람을 그리는 건, 남편 이외에 별로 해 본 적이 없어서 많이 서툴지만 그래도 도전해본다. 여전히 초보라서 사람들한테 이런 걸 보여줘도 될까, 자신이 없지만 용기부터 내고 보는 거다.


스케치 없이 바로 그리는 스타일이라, 일단 선을 긋고 나면 수정을 할 수가 없어서 이상해도 할 수 없다. 몸통 대비 팔이 짧고 얇고 손은 너무 작다거나... 온통 실수투성이지만 그래도 내 눈엔 결국 예뻐 보인다.


점점 나아지겠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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