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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Sep 09. 2016

16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4th day

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First view I saw in the morning, Markha, Ladakh 2016



헤세가 말했다.


인간은,


단 한 번만 그렇게 존재하는

두 번 다시는 없는 지점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차분히 앉아서 쭈욱 써 내려가기도 하고,

생각날 때마다 몇 개씩 추가하기도 하고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다.


돌이켜보니 힘든 것도 좋았다.

그런데 딱 한 번,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한 끗 차이로,

아 내가 경계에 있구나.

무엇을 선택하건 그대로 되겠구나 싶었던-


난 엄청난 집착으로 다시 한번 삶을 부여잡았지만

그 날 이후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게 있다.


그냥 그렇게 이 세상과 안녕-했을 때

내가 제일 후회할 일 하나.

무의식에 묻어버려서 의식적으로는 꺼내어

생각해 볼 일 없었던 단 한 가지.

그게 스스로 떠올라 마음을 온통 채워버린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이 참 묘한 거다.

이 세상에 태어나 딱 한 번 사는데

후회는 언제나 늦다.

뭐 하나 손 써볼 새가 없다.


그냥 후회일 뿐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니까

앞으론 후회할 것 같으면 일단 해볼란다.



어렸을 때부터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산다는 게 원래 그런 줄 알았다, 최근까지도.

도무지 인생의 재미가 뭘까 궁금했었다.

마음에 항상 천근만근의 돌덩이가 짓눌렀다.

그런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니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수천수만 가지의 방법들이 있더라.


그렇게 살아보기로 했다.

단 한 번이니까,


여한 없이

미련 없이

뭐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드나드는 커다란 창문처럼

그렇게.






버킷리스트를 적고 보니 대부분 별 일이 아니다.

작고 소소한 일들인데,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비장한 마음으로 종이 앞에 앉아 있던 나를 본다.


그냥 하면 될 일들이다.


다만 좀 더 정성껏,

좀 더 즐겁게,

좀 더 감사한 마음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며



이 모든 걸 마음 놓고 해도 누가 안 잡아간다.

잡아가면,




안 가면 된다.









덧.


그나저나 이 날은 내가 고산 빼고 제일 퍼졌던 날이네. ㅜㅜ


Markha (4,050m)   ---->   Hankar (4,050m)


하루 종일 고도변경없이 주구장창 걷기만 했다.

어찌나 고되었는지,


겨우 도착해 멀리서 텐트를 보고도

기쁨의 만세를 외칠 힘조차 남아있지

않던 유일한 날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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