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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Sep 15. 2016

18 Puzzle of life, 5th day

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on the way to Nimalling, Ladakh, 2016




Hankar 4,050m  -->  Nimalling 4,700m




7월 1일부터 31일까지 단 하루의 틈도 없이 한 달을 꽉 채운 인도 여행이었다.


서울 도착한 첫날부터 인도보다 더 더운 날씨에 놀라 잠깐 정신을 잃을 뻔했고, 카고백과 배낭은 도착한 날 그대로 일주일을 있었다. 짐을 풀어 정리하는 순간 그 시간들이 너무 빠르게 식어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옷 사이에 넣어온 작은 선물들만 꺼냈다. 그러고도 한참을 있다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때만 해도 마음에 담아둔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만 쓴다면, 이건 완벽한 기록으로 남으리라.


여전히 여름의 끝자락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은 추석이라니. 이런 황망한 기분일까.






고작 7월 11일 자 여정이 머릿속에 없다. 더 정확히는 아침을 먹은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트레킹 시작 후 기억이 완벽하게 백지다. 그래 놓고 도착하고 나서 뭐했는지는 또 생각이 난다. 선명하게.


이러니 기억이라는 게 얼마나 주관적인 걸까.


더군다나 지워진 기억만큼, 사진도 거의 못 찍었던 지라 일행분이 공유해주신 사진을 2박 3일 보고 또 봤다.



이게 뭐지? 이게 왜 여기 있지?

왜 이날 이걸 했지? 이거 한 게 이 날 맞나?

이거 딴 날 아닌가? 왜 이다음에 바로 이게 오지?

이 날 아팠었나? 왜 가방을 싸부가 들고 있지?

아닌데... 뭐지 여기도 갔었...나?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생각의 파편들이 도무지 하나로 맞춰지지 않아서 오로지 커다란 연결점들만 생각했다. 그러길 며칠 했더니 어슴프레 이 날 하루가 보였다.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아 맞다. 그렇구나.



전날 약을 먹고, 다음날 약기운이 충천할 때쯤 걷기 시작했다. 몸은 괜찮은 듯했으나, 머리가 심하게 빙빙 돌았다. 숨이 모자라 아프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호흡은 가쁘고 얼굴이 많이 부었다. 반쯤 자면서 걸은 것과 별 반 다르지 않았다.


그 상태로 걷느라 이 진한 풍경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보다.



사진을 보는데 괜히 눈물이 난다.

내가 이런 데를 갔었네...



이제라도 꼼꼼히 보면서 먼 기억을 불러와 뇌의 비어버린 공간을 채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냥 잊고 넘어가기엔 너무 아름답다. 보고도 못 본 걸로 묻어버리기엔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힌다.




Nimalling 4700m, Ladakh, 2016
Nimalling 4700m, Ladakh, 2016
Nimalling 4700m, Ladakh, 2016
Nimalling 4700m, Ladakh, 2016



기록에 대한 집념이 그래도 살아났었나 보다. 도착하고 한참을 쉬고 나서야 몸이 회복되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빠르게 어두워지는 풍경에 마음이 급해져서 삼돌이 같은 머리를 하고도 카메라부터 둘러메고 나왔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댄 결과,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끼는 몇 안 되는 사진 중 하나를 만났다. 나의 사랑하는 라다크-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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