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orygallery Nov 12. 2019

#3. 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지 못하고,

져버린 내 꽃 같은 사람아...

안 좋은 일은 늘 한 번에 일어난다. 넘어진 사람 일어서지 못하도록 계속 누군가 떠미는 것처럼. 당신을 잃었던 그 겨울부터 다음 해 봄까지. 나는 계속 잃어야 했다.


겨울 지나 봄은 오는데, 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 겨울 져 버린 내 꽃 같은 사람들.


스스로 생을 놓아버린, 눈길을 밟고 떠난 동료.

그리고 속 썩여도 제일 좋은 큰아들 앞세워 보내고 생의 기력을 놓아 버린, 봄 꽃길 밟고 떠난 우리 할머니.


두 번의 장례식을 치르며 나는 보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 사람 영정 앞에 목 놓아 울고,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모여 밤새 그를 추억한다. 그리고 한 줌의 연기로 흙으로 보내준다. 이 의식이 얼마나 남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물론. 내 옆에 더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죽음이 여전히 나는 아프다.


하지만.

못내 져 버린 그들을, 우리는 잘 보내주어야 한다.



구태의연하고 뻔한 말이지만, 그들과의 추억 속에 남은 우리는 그 몫까지 잘 살아내야 한다.



무척 어른스러운 말을 가르치듯 늘어놓았다.

사실은… 여전히 못 보내주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에게 짧은 편지를 남기고 싶다. 닿을지 모르겠지만, 내세가 있고 령이 있다면 그들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짧은 편지 1. 당신이 카메라로 담았던 멋진 어느 인생으로 다시 태어나길…



그날은 맑은 하늘에 하얀 눈이 꽃처럼 내렸어요.

나는 출근길 골목에 멈춰 서서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봤어요.


그리고 그날 아침. 나는 Y, 당신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공연 촬영하며 나눴던 말이 생생한데, 그제까지 연락했는데, 당신이 그 밤. 스스로 생을 놓았다 합니다.



순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잡던 당신이 잊히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당신의 자부심과 꿈이 잊히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 모두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맞이한 봄. 촬영을 앞둔 그날 새벽 당신이 내 꿈에 나왔어요.


생전 모습 그대로 카메라를 잡았던 당신.


‘아.. 당신 내 꿈에서는 살아 있구나… 여전히 카메라를 놓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에, 그리고 촬영 날이라고 찾아와 준 당신 마음에 하루 종일 많이 아렸습니다.



부디 바라건대

당신이 카메라로 담았던 수많은 삶들, 그중 가장 멋진 어느 한순간으로 당신 다시 태어나길…

그리고 고단했던 생 놓았으니 이제 그만 평온해 지길.

바랍니다.




짧은 편지 2. 봄꽃 길 밟고 간 우리 할머니…


할머니. 우리 할머니. 꽃처럼 예쁜 우리 할머니.

정 깊은 첫 손녀는 아들 새 장가 들어서 보지도 못하고 평생 그리움에 살았던 우리 할머니. 가끔 전화라도 드릴라 치면 우리 손녀.. 우리 손녀… 눈물 바람 하시던 우리 할머니.


봄 꽃놀이 가신 것처럼, 그렇게 봄꽃 가득 한날 떠나셔서, 그래도 다행이에요.


먼저 간 할아버지,

그리고 싫어도 미워도 제일 좋은 큰아들 마중받으셨지요?


매일 같이 찾아오던 큰아들이 어느 날부터 안 보여 속상하셨지요?

이제 매일매일 큰아들 손잡고 나들이 가셔요.


평생 외로웠을 우리 아빠 포옥 안아 주세요.



꽃이 흐드러진 어느 봄에, 뵈러 갈게요.

우리 마주 앉아 막걸리 한잔해요 할머니.


사랑해요. 살아생전 못한 말… 이제 해요.

할머니 너무 사랑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꽃 피는 거 보고 싶다.’고 유언처럼 말했던 당신.

겨울 눈이 내리기도 전에, 낙엽 길 밟고 떠난 당신. 나 당신한테는 그 어떤 말도 글로 남기지 않으려 한다. 나는 꼭 꿈에서라도 살아있는 당신을 만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 당신 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