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orygallery Nov 12. 2019

#5.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당신들 몫까지.

우리는 숱한 인생의 날들을 살아간다.

어느 날은 숨이 막히고 어느 날은 또 숨이 쉬어진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한스럽고 어느 날은 이렇게라도 견디는 내가 대견하다.


인생을 마흔 가까이 살아보니 나이가 들수록 만남보다는 이별이 많아지고 생보다 사에 더 가까워진다. 내 시간이 흐르는 만큼, 내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도 흐르고 늙어간다.


우리는 어제와도 이별했고, 지난가을과도 이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했고, 인연을 놓치기도 했다.


사는 건 이렇듯, 잃어가는 과정의 한가운데가 아닐까 생각한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밤이 수도 없이 많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일분일초, 한 순간이 아니다.


잃고 싶지 않고, 떠나보내고 싶지 않으니, 그럼 내가 놓아버리는 수밖에 없지 않냐고 자문자답해 보기도 한다.



지난겨울, 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지 못하고 져버린 내 사람들…

내 꽃 같은 사람들아.


당신들을 잃고 나니, 나는 이 잃어가는 인생이 참 지리멸렬하더라.


그 어떤 마음으로도 이 찬 바람이 매워지지가 않는다.



원망도 했다.


‘당신, 살지…

당신, 죽지 말지…

 

내 옆에 숨 쉬며 살아주지. 조금만 힘 내주지…’



하지만,

당신들이 아팠던 그 밤을, 견디지 못하고 져버린 그 밤을,

내가 감히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저,

살아 있는 나는, 아니 우리는,

당신들 남은 인생의 몫까지 살아가 보려 한다.



내일도 나는 또 잃어갈 것이며,

만족스럽지 않은 나를 마주할 것이다.


어쩌면 어제보다 더 어두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 보려 한다.

당신들이 살지 못한 그 몫의 인생까지, 우리는 살아가 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