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연애 이야기
두 번째 챕터에서는, 제일 소질 없는 ‘사랑’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마흔 가까이 살아오며 사랑했던 기억 혹은 사랑받았던 기억이 소소하게 남아있고, 나는 그 기억과 추억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사랑 이야기 라기보다는, 어쩌면 그냥 인연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내 인생을 스쳐간 혹은 머무르고 있는 인연들….
그 첫 번째는,
내 첫사랑. 그대여야 한다.
또 겨울이다.
그대를 사랑했던 그 계절, 겨울.
잊고 살다가도 문득 겨울만 되면, 그 계절 우리 사랑했던 달콤 쌉싸름한 추억들이 떠 오르곤 한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특별하겠지만, 내게 첫사랑은 ‘지독’했다.
이제 막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스무 살 새내기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단번에 그대에게 반하고 말았다. 자그마치 1년을 쫓아다녔다. 너무 좋아 당신이 다니던 골목에서 찬 겨울 두 손을 호호 불어가며 기다리기도 했고, 당신이 가는 길을 따라 ‘저도 그쪽이요’ 라며 따라 걷기도 했다. 당신과 걸었던 그 겨울 길목의 바람 조차도, 어느 찰나 불어올라 치면 나는 가만히 서서 당신을 그려본다.
모든 게, 그 겨울이었다.
당신이 나를 받아준 것도, 첫사랑을 시작한 것도, 우리가 애써 잡은 손을 놓은 것도 겨울이었다.
한 겨울에는 조금 추워 보였던 진청 재킷과 늘 단정하게 둘렀던 회색 목도리. 방금 피웠는지 알싸하게 남아있는 담배 냄새.
추위 많이 타는 내 손 잡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 주고, 어느새 땀이 베일 듯 열이 올라도 절대 놓아주지 않았던 그 온기도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갑자기 불어오는 칼바람에 품으로 파고들면, 전혀 따뜻하지 않았던 그대 진청 재킷의 찬 기운.
“따뜻하지?”라고 물어오면, 그 차가운 품 안에서 내 체온으로 따뜻해지길 기다리며 “응”이라고 대답하던… 나는 그 순간들이 그렇게 좋았다.
어느 연인들처럼. 오래전에 헤어지고, 연락처도 모른 채 서로 안 보는 사이가 되었지만. 아니… 헤어지지도 못한 채 이렇게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당신을 사랑했던 겨울이 오면, 그때 아주 많이 어렸던 스무 살의 나와 스물한 살의 그대를 마주한다.
스무 살이던 나는 서른아홉이 되었고, 스물 한살이던 그대는 이제 마흔이 되었겠지만. 그리고 사랑했던 그 계절 겨울에서 우리 한참 멀어진 채 ‘현재’를 살고 있지만,
마흔의 겨울을 맞이한 그대에게도 내게 남은 스물한 살의 그대처럼,
찬 바람 피해 품으로 파고들던 스무 살의 내가 남아 있기를 바란다.